저녁약을 안 먹으면 이상하게 식욕이 도진다.

오늘 아침은 어쩐지 아침 일곱 시도 되기 전에 눈이 번쩍 떠져서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자고 있는 막내를 괜히 깨워서 츄르를 주었다. 막내는 ‘츄르’라고 발음하는 내 목소리를, 공기를 진동하는 파동을 인지하고 비몽사몽 깨서 나를 따라왔다.

막내는 똑똑한 고양이다. 이 뒤로 <똑똑한 고양이>라는 수식을 증명하는 몇 가지 사례들을 주욱 나열했다가 다 지웠다. 인지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막내가 좋은 고양이라 말하는 것 같아서. 막내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그래서 인간과 소통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가 교감을 할 수 있었던 거라면, 그래서 내가 막내를 좋아하는 거라면, 나는 그냥 막내가 가진 ‘인간적 능력’을 애호하는 것일 따름이다. 나는 내가 그러지 않길 바란다.

나는 그럼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도대체?

(나는) 나는 뭐뭐야, 나는 뭐뭐한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게 너무 싫다. (나는) 자기에 대해서 존나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걸 감출 생각도 안 하고 질질 흘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나는) 나는을 싫어하는 사람. (나는) 동전의 앞면을 싫어하는 뒷면 같은 사람. (나는) 괄호 안에 감추면 안 보일 줄 아는 …. 아, 썅 (나는) 왜 안 떨어지지???????????????????????????????????????????????????????????????????????????

이 홈페이지의 좆같은 점

  1. 데스크탑 화면으로 보면 줄높이 너무 커서 신경쓰이는데 모바일로 보면 또 너무 좁아서 가독성 개쓰레기임
  2. 차차 천천히 더 알아보겠음…

오전에 어제 외우다 만 일본어 단어를 마저 옮겨 적으면서 엄마한테 토스트 구워달라고 했다. 엄마는 회사에 가려고 현관문까지 갔다가 내 토스트를 구우러 다시 부엌으로 가서 커피랑 샌드위치 하나를 만들어 왔다. 엄마는 책상 앞에 붙어있는 나를 존나 좋아한다. 누가보면 사법고시라도 준비하는 줄;

회사에 얼굴만 비추고 돌아온 엄마랑 같이 서울 가서 다빈이 과제전 보고 왔다. 거울과 초상을 소재로 MG다운 전시를 해놨더라. 그림하는 애들은 “자아… 초상… 나…”에 집중하는 기간이 한 번쯤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얘가 3학년 되더니 아무거나 막 그리지 않고 이제 <구상>이라는 걸 좀 해가면서 작업하는 것 같다.

엄마가 아는 집 팔아줘야 한다고 해서 저녁은 다빈이 알바하는 데 가서 먹었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타려고 터미널에 갔는데 삿갓 쓴 아저씨가 매표소 직원에게 책임자 나오라고 하라며 쌍욕을 하고 있었다. 삿갓이 너무 정교해서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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