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yebinbak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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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만더
요즘 매일 시시한 악몽을 꾼다 거창한 악몽은 깨자마자 꿈인걸 알겠는데 이런 하찮고 사소한 악몽은 잠에서 깼을 때도 현실 기억과 분리가 안 되어 꿈밖도 어렵게 한다 하네스 착용 방법 터득해서 두부 데리고 가수원 돌았는데 이기숙 음악학원이 없어져있었다 대신 쌍둥이네 약초방 생긴 걸 확인 폰트가 그옛날 쌍둥이문구 간판이랑 같은데 주인도 같을까? 가수원통신사 지돌이한테 물어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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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원할까
왜 나만.. 왜 내게만… 따위의 유아독존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온 불운이나 실패를 각별하게 여기고 대우해주고픈 마음이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상처는 남다르게 끔찍한 면이 있다는 자의식. 그런 징징거림을 인생에서 완전히 삭제해 버려야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자아를 없앨 수 없다면 자기자신의 범위를 한없이 넓혀서 전지구 모든 존재를 나라고 생각하는 경지에 오르는 수밖엔… 이런시발같은세상;(경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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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저녁에 걸을 만 해
하상도로를 걸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보문고(정청래가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함) 쪽으로 걷는데 달이 무지 크게 떠 있었다 모기가 신경쓰여 긴옷을 입고 나왔는데 강쪽이라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덥지 않게 느껴졌다 긴소매의 장점: 눈물 닦을 수 있음 센터 퇴소 이후로 위빳사나 1나 번도 안 해서 벌 받는듯; 오늘부터 자기 전에 홈빳사나 해야겠다 그전에 티비 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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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번역] Leah Dou See you again
어제 토익 성적이 나왔다. 760이었다. 심지어 LC가 RC보다 낮았다. 이런 시발; 난 대체 호주에서 뭘한 거냐? 그런 내가 가사 번역 따위를 올려도 되는 거냐? 당연이 되지; 설령 토익 점수가 발사이즈래도 좋아하는 노래 가사는 한 번쯤 곱씹어 보고 싶은 법이다. 요즘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 레아 도우는 왕페이(중경삼림 걔)의 딸이다. 이 배가 항해를 떠났는지는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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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구단
아홉시 쯤 깼나? 어제는 손님방에서 잤다 방문 앞에 티비를 세워두고 <슈퍼배드2>를 보다 잠들었다 잠에서 깬 자리에서 그대로 누워 어제 보다 만 지점부터 <슈퍼배드2>를 다시 재생했다 <슈퍼배드2>에선 세 여자애들에게 엄마가 생긴다 아침부터 눈물을 닦고 일어나 대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은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었다 우붓 로스터리 출신 원두를 뜯어 커피도 내렸다 책을 좀 읽다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이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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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 생겼다
난 티비를 처음 가져본다 본가에서 티비는 안방에 있었고 엄마나 아빠의 전유물이었으므로… 난 여섯 살 때 아빠랑 채널 싸움하다가 아빠한테 리모컨으로 맞은 기억이 있다 장난으로 툭 친 게 아니라 정말로 분노가 치솟아서 패듯이 때린 한 대였기 때문에 삼십살이 되도록 기억하게 되었다 하지만 양육되는 동안 주로 나를 때린 것은 엄마였는데, 엄마는 때리러 오기 전이면 늘 본인이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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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삼일
성아가 어제 몬스테라를 주었다. 욜탱에서 키우던 몬스테라가 새끼를 낸 것을 떼어내 분갈이해서 준 것이다. 우리집에서 키우던 몬스테라는 내가 호주에 가 있는 사이 엄마가 죽여먹었는지 돌아와보니 사라져있었다. 빨래 걷으러 나가보니 후덥지근하고 뜨뜻한 게 몬스테라가 금방금방 자랄 날씨다. 성아에게 블루베리와 할라피뇨도 받아왔다. 이사 나온 날 엄마가 이런 카톡을 보냈었다. 너는 네 인프라와 네트워크로 너를 보호해. 나는 죽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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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이일
주인집 할매의 아들이 가스레인지를 고쳐주러 온다고 하여 일곱시 반에 기상했다. 아들은 검정색 피케이 티셔츠를 린넨인지 마인지 모를 가벼운 소재의 베이지 색 바지춤에 집어넣은 단정한 모양새로 왔다. 방송국에서 기술사를 하고 있다는 이답게 그가 손을 대자 가스레인지는 바로 스파크를 튀겼다. 임시직으로 노조위원장을 맡은 지 3개월 되었다는 아들에게 요즘엔 별일 없냐고 물으니 태평성대란다. 이 집에 이사온 지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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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기사님은
옛날옛적 유통 업무 맡았을 때 알게 된 아저씨다. 파주에서 만들어진 책을 부산 사무실까지 날라다 주는 물류 업체 이름이 날개였고 날개 기사님은 우리 지역을 관할해 책을 내리고 올려주시는 담당 기사님으로, 함자 조차 알지 못한 채 영원히 날개 기사님으로 저장되어 있다. 퇴사 이후 단 한 번도 연락한 적 없지만 가끔 날개 기사님이 프로필 사진을 바꿀 때마다 클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