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yebinbak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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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엊그제 초저녁 백델 책을 읽다가 살풋 잠이 들었는데, 완전히 정신이 감기기 전에 아빠가 집에 들어온 걸 봤다. 너무 졸려서 방문을 잠그지 않고 잤더니 바로 아빠에 대한 악몽을 꿨다. 아빠의 막냇동생인 국표삼촌(국민투표날에 태어나서 국표임)과 어떤 카페 같은 곳에 앉아 서로 악다구니를 써대며 니가 더 최현성(애비의 실명)이랑 닮았다고, 너는 완전히 느그형/느그아빠를 쏙 빼닮았다고 싸워대는 꿈이었다. 내가 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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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작
장 서는 날이라 유성시장에서 토마토 한소쿠리(오천원)와 햇감자(사천원)를 좀 샀다. 한국에 오자마자 잊어버린 감각―지나가는 낯선 이에게 반사적으로 미소짓기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바닥에 널린 마늘과 조갯살, 족발, 가지, 꽃화분 들을 구경하다가 엄마랑 늘 가던 가게에 가서 보리밥이랑 잔치국수, 항아리 막걸리를 마셨다. 밥 먹고 핫바 하나씩 사서 벤치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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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5일 차
1일차만에 애비게일과 갈등 재발. 대전통닭에서 닭 먹다 처울고 늘 그렇듯 엄마에게 화풀이. 늘 하던대로 엄마 슴가에 대못 박고 당근 부동산 순회. 그러나 이번엔 엄마가 아빠에게 추방령을 내리겠다고 하여 다시 헤헤거리며 엄마 옆구리에 붙음. 아 난 진짜 우리 엄마가 너무 웃기고 귀엽다…. 갈수록 더 엄마가 좋다. 왜냐면 내가 계속 변화하듯 우리 엄마도 인간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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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파트 헌 옷 표백 공장
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세살배기 딸 하마라는 공업 용수가 흐르는 공터 텃밭에서 당근을 캐먹고 표백 작업 중인 헌 옷 무덤위를 굴러다니며 논다. 파니파트시 남부 심라구지 마을은 주민의 10%가 피부질환 등 중증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천 년 전만 해도 사람이 가진 옷가지의 수는 열 손가락을 채 넘기 힘들었을텐데(누에나 삼베에서 섬유를 얻고, 그것을 꼬거나 베틀로 짜 직물로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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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read in 2024
: 재작년 12월 31일에 성아랑 대흥동에서 파스타 한 접시 먹고 알라딘 중고서점 구경 갔다가 구매했던 책. 새해 첫 책으로 읽었던 기억. 책과 읽고 쓰는 행위가 아주 중요한, 어떤 공룡들의 세계에 대한 재기 넘치는 이야기였는데… 초딩 때였으면 재밌게 읽었을지도 모르나(약간 ‘아더와 미니모이’ 감성) 스물 여덟아홉 먹은 처녀의 동심엔 이미 옹벽이 쳐질 대로 쳐져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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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의 굴레
내가 물놀이를 할 때마다 들고 다니는 긴 수건은 송월타월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언제부터 우리집에 있었던 건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이다. 그래도 아직 물기를 닦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고 스누피가 그려진 디자인도 마음에 들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이 수건에 쌓인 세월이 애착을 형성했기 때문에(십년 전 물건보다 어제 산 물건을 버리는 게 훨씬 쉽다),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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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련은 왜…
옛 소련 애니메이션은 왜이리 서늘하고 아름다운지 추운 지방에서 만들어서 그런 건지 체홉이 쓴 소설 중에 <애수>라는 제목을 단 게 있었지 애수라는 정서의 원조는 러시아인 것마냥 애수의 홈타운이 시베리아인 것마냥 아름답고 춥고 외로운 것을 보면 소비에트 공화국이 생각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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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TE MEN』, Pauline Harmange
브리즈번 인디 서점에서 구한 얇은 페미 서적.. 한국에는 『나는 남자가 싫다』는 제목으로 21년에 번역/출판 되었으나 현재는 절판. 한 2년만 빨리 나왔어도 한국에서 제법 주목을 받았을 법한데, 안타깝게도 애초에 프랑스 원서 출간연도가 20년이다. 21년이면 남혐보다 코로나가 팔릴 시절이라 조용히 묻힌듯.. . 맨날천날 여성혐오[미소지니] 소리만 들어서 남성혐오라는 영단어가 있을 거란 생각 조차 못해봤는데 (당연히) 있었다. Misandry.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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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당분간 술 좀 끊어야겠다
마실 땐 진짜 사는 것 같고 좋은데 다음 날만 되면 기분이 끝도 모르게 축 쳐짐 발기부전 할배마냥… 술 마시기 시작한 지 거진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적당한 주량이란 것의 가늠이 잘 안 되고 자제가 안 됨. 밖에서 마시면 특히 더… 오버하게 됨(텐션적으로나 주량으로나…) 그런 자신을 다음 날 마주 보게 되니까 더 괴로움 .. . 자꾸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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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홀 일기 연재
자자 각설이 쿨타임 차서 다시 돌아왔음; 월 5000원 적선하고(선업쌓기) 직업 사냥기/타향살이 적응기/영어 분투기 기타 등등 온갖 셀털이 포함된 일기 절찬리에 읽을 수 있는 포스타입 멤버십 [해외동포지원금] 을 신설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