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비 내리는 유성천 풍경을 보면서.. I can’t stand the rain을 듣고 있다… 이 다음엔 마일즈 데이비스 Blue in Green이 나올 것이다. 애플뮤직에 있는 비 오는 날 플레이리스트를 틀으면 레너드 코헨이나 쳇 베이커, 니나 시몬 같은 목소리들을 들려준다. 콕토 트윈스랑 요 라 텡고도 있다.

어제는 하루종일 자다가 저녁에 다빈이랑 사랑의 블랙홀 보면서 스위트 베르무트를 1/3 정도 마셨다. 빌 머레이의 비주얼만 참아줄 수 있다면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다빈이가 친구 만난다고 나를 버려두고 나가서 나홀로 남겨뒀던 리슬링 와인을 비웠다. 그러고 있으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갑자기 완태에게 가사를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빠르게 휘리릭 몇 줄 갈겨 카톡으로 보냈다. 이윽고 완태가 오뎅 먹자고 해서, 심심했는데 잘됐다 하고 집안을 뛰쳐나왔다.

집 나서기 전에 창밖을 보니 동네에 소방차가 가득했고 우리 집앞 건너 건너 골목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집과 완태네집 중간기점인 용문동에서 만나, 새로 생겼다는 오뎅집엘 갔다. 밤 열두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는데도 가게 안은 복작복작 사람이 가득해서, 우리는 닷찌 가장 안쪽 구석 자리에 끼이듯 앉게 되었다. 옆자리에 웬 아저씨가 있었는데, 사장님이 테이블마다 서비스로 주신 무조림을 짜고 써서 못 먹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냥 처먹든가 가만히 있든가 둘 중 하나만 하면 되지 굳이 테이블에서 빼달라고 해 사장님 무안하게; 진짜 너무들 남자다우셔…

그러는 와중에 국자와 컵 따위를 가져다주는 여성 직원분이 나를 보면서 자꾸만 활짝 웃으셨다. 영문을 모르겠어서 어리둥절했는데 옆에서 김완태는 왜 자기한텐 안 웃어주냐고;;함. 가게 나갈 때가 되고서야 그녀가 나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난 또 나 좋아하는 줄? 아주 마주치는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하는 줄로만 아는 천부적인 도끼병… 하지만 대개는 사실과 일치했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같은 다찌에 앉은 태국 여인들이 우리에게 망고를 나눠주었다!(코쿤카~) 소금후추까지 착실하게 찍어줘서 아주 별미였다. 그녀들은 서로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아이스 이즈 어름, 어름! 그녀들 입술에서 발음되는 얼음들이 부딪히며 즐거운 소리를 냈다.

완태를 데리고 유성으로 다시 돌아와 어쩌다보니 다빈과 다빈 친구들을 데리고 카이스트 앞 투다리 가서 놀았다. 갸네들 중딩이 때 도안중 교복 입고 우리집 방바닥에 배붙이고 누워있던 거 본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이제 벌써 다들 커서 술 마시고 연애하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두 시 마감이 되어 나오니 투다리 앞에는 대학생 녀석들의 구토로 연못이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엘 마리아치 가서 존나 오래걸리는 칵테일을 받아 마신 뒤… 이탈리아노되기욕망 그득하신 사장님의 이런저런 주저리들을 들어주다가 나왔다(다신 안갈듯). 비가 좍좍 내리고 있었다.

그래…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끌어안은 뒤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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