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천년만에 수영을 했다.

성아가 아침에 유성까지 와줘서 같이 추목수영장엘 간 것이다.

강습용 수영복이 아닌 좀 널널한 바다수영복을 챙겨갔더니 물살을 가를 때마다 수영장의 차가운 물이 한움큼씩 가슴 아래로 들어가 내 몸을 그대로 만지고 지나갔다. 냉각수가 원전 열 식히듯… 몸이 데워질 틈 없이 식어만 갔다.

오십미터를 완주하고 다시 오십미터를 돌아 합해서 백미터를 쉬지 않고 수영해보려고 했는데 폐가 조금 아픈 느낌이 들어서 칠십오미터 즈음에서 관뒀다. 생각해보면 나는 육지에서도 백미터 달리기 반 꼴찌를 늘 도맡았던 아이였다.

이달 안에 담배 끊는다.. 마음 먹으며 물에서 나와 성아랑 도넛에 커피 먹고 완태가 두고 간 전자담배를 한 대 피웠다…

환단고기 독서모임이라…

주말에는 성아랑 완태랑 야구 보러 갔다. 야구 룰도 모르면서 여름이 시작되면 야구장에 가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억대 연봉을 받는 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먹고 마시는 게 좋고 수억부자놈들에게 힘껏 야유를 보내도 아무 문제되지 않는, 우리들 서민의 애환이 서린 공간에 가는 것이 좋다. ..

입장하기 전부터 입구에 몰린 인파들, 장사치들, 아이를 데려온 부모들과 야구키즈들을 보는데 벌써 마음이 즐거워졌다. 무언가에 홀딱 빠져서, 이 뙤약볕 아래로 모이기를 자진한 사람들이 신기하고 귀해보였다. 나는 아마 평생 야구의 정열에 빠질 일이 없을 테지만(야구에 빠지는 건 마치 점지를 받듯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부코스키나 하루키 같은, 뻑하면 야구장 가 있는 작가들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한마음’이 되어 응원구호를 외고 고래고래 노래를 불러대며 ‘자기편’으로 분류되어진 사람들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모습을 보며.. 이 풍경과 전체주의 사이의 간격이 너무 밭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시즘에서 유희를 추출해낸 게 스포츠인 것 같다고.

그리고 또… 한화가 저렇게 못하는데 이렇게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듬 ㅋㅋ; 진짜 못하긴 존나 못함 7회말까지 안타 한 번을 못침;;

야구장 가고 싶다고 하면 바로, “내일 갈래?” 하곤 표까지 금방 예매해 주는 이들 곁에 있어서 나는 참 운좋은 사람이구나~ 인생의 길목길목마다 귀인들이 서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부산에 있을 때 언니들이 나를 보살펴 주었듯이, 이제는 성아부부가 나를 살뜰히 챙겨주고 그들의 가호 아래 돌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범사에 감사하는 걸 보니 나 우울증 완치됐나봄? ?? 근데 약 안 먹으면 컨디션이 너무 떨어져서 끊을 수가 없다.

어제오늘 비가 살살 내린다. 발 젖는 건 싫은데(옷 젖는 건 괜찮아..) 비 오는 날 듣는 음악은 속을 파고들어서 참 좋다…

엄마가 콘푸라이트 사왔다. 콘푸로스트 사오라니깐… 사자 말고 호랑이 그려진 거 사오라니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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