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노래…

아 정말 오래 잤다. 대략 한 시 반 경 즈음에 들어와 오늘 오후 세 시에 일어났으니 열두 시간을 넘게 잔 셈이다. 휴대폰 사진첩을 열어보니 바퀴벌레 두 마리의 사진이 찍혀있다……. 그래 어제 취한 정신으로 귀가하다가 아파트 마당에서 바퀴벌레들을 보고 걔네를 한참 쫓아갔던 게 기억난다. 한 녀석은 내 발자국 소리에 도망가고 나머지 하나는 보도블럭 사이 틈새에 들어가 웅크리고 나오지 않았다.

다음주 부터 덩치 아저씨네 가게에서 일하게 생겼다. 그것은 부안집밥에 두부백반을 먹으러 가다가 벌어진 일이다. .. 부안집밥 가는 길에 떡진 머리에 후줄근한 차림새의 덩치 아저씨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별볼일 없는 스몰톡 하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지난 번에 한 말 농담 아니죠?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난 지난 번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을 못할 정도로 아무 말이나 하고 다니는데… 아무튼 그렇게.. 어찌저찌 하다 보니.. 대흥동에서 별의 별놈들을 다 만나고 다니다보니.. 이제는 덩치 아저씨네 가게에서 당분간 노래까지 틀게 되었다.

오늘도 날씨가 흐리다. 어제는 비도 왔다. 누군가 접속을 보았다기에.. 나도 가게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 노래를 들었다. 그러다 알고리즘에 의해 핑크플로이드 hey you까지 가게 되었고 참… 노래가 존나 좃쿠나.. 싶어서 덩치 아저씨네 가게 가서 또 그걸 신청해 들었다. 아저씨네 가게에서 노래 트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신청곡 적기가 약간 두려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덩치는 인상을 쓰고 신청곡 종이를 훑어 내리며 “디제이는 무슨 노래를 신청하는 지도 중요하그등” 이런 소리를 했다… 쩝; 무슨 노래 듣는지로 사람 판단하지마세요 그런 건 저만 할 거예요…

웃고 싶은데 여단오 브이로그가 안 올라온다. 하루 중 내가 진심으로 웃을 때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중남과 한녀가 저 멀리 항저우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때 뿐이다.


Comments

“아무 노래…”에 대한 3개의 응답

  1. 암헝그리 아바타
    암헝그리

    김목인이 부릅니다. 그게 다 외로워서래

    1. 외로움 죽여~~~~~~~~!!!!

  2. 노래 틀기 신경전은 참 재미져 애호하는 마음.. 애호 애호 애호 ㅈㄴ 곱씹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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