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inkless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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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시장에 가면
장사치들 사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 생선 대가리 치는 아저씨를 괜히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목소리만으로도 내공이 느껴지는 미역장수의 돌미역 사려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수중에 현금이 만원 뿐인데 만원짜리 햇감자를 사는 바람에 앵두를 못 샀다. 어렸을 때 앞마당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오월이 되면 그 나무에서 앵두를 따다가 한소쿠리 실컷 먹었다. 무언가들을 사러 나온 중노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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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새벽부터 엄마가 도어락 전자출입키 하나가 없어졌다고 난리를 피웠다. 어제 도어락 교체해준 열쇠공이 가져간게 분명하다며, 그걸 갖고있다 우리 집에 침입하려는 계략일거라느니, 여자가 있는 집이라는 걸 알고 나쁜 마음에 가져간 거면 어떡하냐느니 또다시 예의 히스테리를 부렸다. 제발 그런 망상 좀 집어치우고 날 좀 자게 냅두라고 말했지만 이미 강박에 발동이 걸려버린 엄마는 아침 내내 집안을 종종거리고 돌아다녔다.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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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게 츠카레루(피곤하다)…
하 시발.. . 매일매일 일본어의 고통 속에 빠져 살고 있는데 백타 떨어질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게 너무 괴로움.. 심지어 타로 봤는데 타로에서도 떨어진다고 나옴ㅠㅠ 그런데도 이짓을 포기할 수가 없음ㅠㅠ 체감상 하루 내내 일본어 생각만 하는 것 같은데 열품타^^로 순공시간^^ 재보면 3시간이 안 넘고 최대 집중 시간 30분 언저리임 하핫; 시공간이 왜곡됐나; ;; 정말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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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염병들을 떨고 있다
어제 새벽 서울 대피 알람 오발령 소동이 있은 후로 은은하게 계속 빡침이 남아있다. 어떻게.. 저딴 짓을 ‘실수로’ 할 수가 있냔 말이노?? 그리고 어떻게 “서울에만” 저딴 실수를 하냔 말이노?? 지방은 고사하고, 국경접경지대도 아닌 온리 서울에만 대피 알람을 보낸 게 ㅋㅋ; 얼탱이 죤나 빠진단 말이다… 선거 대비 안보 공포 자극용이었다면 그건 그거대로 거지발싸개같은 정치감각이고.. 오세훈이 뚫린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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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 인생… 어제 생리통 겪느라 하루죙일 공부 안/못했는데 오늘도 영 뭔가 될 것 같은 날이 아니네. 밥 먹어야 하는데 다 귀찮고 다 너무 내 능력 밖이고 살아있음이 존나 지겹고 권태로워용 어제는 구운 양송이 버섯을 잔뜩 넣은 샐러드를 왕창 먹었고 양송이 버섯은 영어로 버튼 머쉬룸이랍니다. 태초에..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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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노래…
아 정말 오래 잤다. 대략 한 시 반 경 즈음에 들어와 오늘 오후 세 시에 일어났으니 열두 시간을 넘게 잔 셈이다. 휴대폰 사진첩을 열어보니 바퀴벌레 두 마리의 사진이 찍혀있다……. 그래 어제 취한 정신으로 귀가하다가 아파트 마당에서 바퀴벌레들을 보고 걔네를 한참 쫓아갔던 게 기억난다. 한 녀석은 내 발자국 소리에 도망가고 나머지 하나는 보도블럭 사이 틈새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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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charming girl
꼬마손님이 집에 놀러왔다. 엄마 회사 동료의 딸내미.. 나이는 여덟살 이름은 유나. 조그만 것이 말이 어찌나 많은지 다섯 시간 내내 재잘재잘.. 거기에 다 답해주다가 (어린이의 ‘왜 그런 거예요?’에 ‘원래 그래’라고 답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 진 빠져서 오후에 늘어지게 낮잠을 잠. 그러고 부산에서 올라온 먕이랑 서울에서 내려온 현정이 만나러 소나무집 가서 칼국수에 볶음밥까지 빼곡하게 즐기구 욜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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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cal world
미국식 날짜로 제목 표기하는 거 3일 하니까 흥미 떨어짐… 7월에 blur 신보 릴리즈 된다는 뉴스를 접해서 오늘 2집 <Moern Life Is Rubbish>를 쭉 돌리는데 빅타이틀은 없어도 참 잘 만든 앨범이라는 감상이 듬.. 1번 트랙부터 비틀즈 떠오르는 브릿팝 명가 사운드;에 젊은 알반 목소리가 그의 내리 깐 속눈썹을 상상하게 함.. . 저 뭐야… 방금 닷홈에 3만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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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23
아베세데르에서 질 들뢰즈는 “좌파라는 것”은 “먼저 세계를 내다보는 것” “멀리 내다보는 것”(우리 동네의 문제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운 제3세계의 문제를 긴급한 사안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반대로 “좌파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거리,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들뢰즈가 제안한 정의는 내 부모님이 구현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편에 놓여 있다. 민중 계급과 ‘노동 계급’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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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23
저녁약을 안 먹으면 이상하게 식욕이 도진다. 오늘 아침은 어쩐지 아침 일곱 시도 되기 전에 눈이 번쩍 떠져서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자고 있는 막내를 괜히 깨워서 츄르를 주었다. 막내는 ‘츄르’라고 발음하는 내 목소리를, 공기를 진동하는 파동을 인지하고 비몽사몽 깨서 나를 따라왔다. 막내는 똑똑한 고양이다. 이 뒤로 <똑똑한 고양이>라는 수식을 증명하는 몇 가지 사례들을 주욱 나열했다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