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춘문예를 읽으며 성장해 온 나는 아직도 인스타그램 돋보기에서 판스러운 썰을 죄다 클릭해 읽는다. .. 자극적인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대문으로 걸어둔 (“티몬 다니는 남자친구 때문에 160만원 물렸어…”) 포스트를 보면 어김없이 블랙홀 빨려들어가듯 터치해버림.
판에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으로 불행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불행들. 돈이 많든 적든, 시골에 살든 도시에 살든, 젊든 늙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모두들 각자의 구체적인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감히 가늠하지 못하는 형태로… 판을 읽고 있다 보면 나는 불행에 대한 상상력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불행한 사람의 처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 묘사할 수 있는 능력, 그런 게 소설가들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가끔 <루시>의 한 장면이 문득 문득 마음 속에 떠오른다. 주인공 소녀가 고된 노동을 마치고 세 들어 사는 집에 돌아가는 길,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맞았던 장면. 소녀는 카리브해에서 왔기 때문에 눈을 처음 본다. 삭신이 쑤시도록 착취 당한 몸으로 아름다운 광경에 처하는 일은, 충격은 될 지언정 행복은 될 수 없다. 특히 이 소녀처럼 냉소적인 인물에게는… 하지만 이 장면이 그에게 불행으로 카운트 되지도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안다.
차를 결국 안 샀다. 안 산 건지 못 산 건지 불투명하다만… 통장에 1억 있었으면 샀을 거라는 점에서 아마 못 산 게 맞겠죠. 약 이틀 간 차를 살까 말까 일 백 번 고민했다. 배은채가 자꾸 5500불 아니면 안 산다고 했다가, 6000불에 그냥 사자고 했다가 와리가리 하였는데, 도대체 진심이 뭐냐고 물으면 진심이 여러 개라고 했다.
그래, 정말로 진심은 여러 개일 수가 있다. 차라리 오직 하나 뿐인 진심이 더 희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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