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 애가 하루종일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갔음을 인지 (자율급식이라 더 알아차리기 힘든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밥투정인가 사료가 맘에 안 드나.. 츄르는 받아 먹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단 지켜보기로 함.
일요일 : 아침이면 제일 일찍 일어나서 나나 엄마한테 밥/츄르 달라고 깨우는데 이 과정이 생략.. 사료 당연히 거부, 츄르까지 거부. 이틀을 굶으니 활력이 없고 기운이 달려서 그런지 방만 바꿔가면서 누워있었음.. 누워서 천천히 눈 감았다 뜨는 막내를 보니 갑자기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옴. 막내 옆에 엎드려서 죽을까봐 무서워엉엉.. 하며 우니까 시끄러웠는지 자리를 떠버림;.. 이후에도 모든 음식물 거부. 평소엔 없어서 못 먹던 크래미 앞에서도 고개를 돌림. 공복토 1 회. 물은 마셨는지 소변은 봄. 24시 병원에 전화 걸어보니 급한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최대한 빨리 내원하라는 모순된.. 말씀.. 을… 다빈이 알바 끝났대서 데릴러 가는데 갑자기 막내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그림이 그려져 운전대 붙잡고 쳐 울다..
월요일 : 닥터코기 전화해보니 오전에는 큰 수술이 있어 진료 불가하다고 하기에 와이즈 동물병원으로 달려감. 피검사 해봐야 한대서 네네ㅠ 뭐든 해주세요.. 했는데 극대노 막내가 의사 선생님 손을 할큄. 넥카라만 씌웠을 뿐인데 하악질에 입질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바늘 찌르지도 않았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비명을 질러대서 선생님들이 검사 포기.. . 저렇게 더러운 성질머리를 가졌는데 그동안 순한 모습만 보여준 거였구나, 약간의 감동 포인트. 피검사는 못했지만 치주염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치주염 약만 5일치 처방 받다. 집와서 유튜브에 주사기 강급 tip 동영상도 보고 성아님이 보내준 글도 열심히 읽었는데 고양이가 당최 입을 안 벌려줘서 주사기를 넣을 수가 없음. 걍 코에 묻혀놨더니 그건 핥아 먹길래 코에 묻히는 방식으로 약+습식+츄르 간 것 꼴랑 10ml 먹이다. 밤중에 어디서 물먹는 소리 들리길래 화장실 가봤더니 또 거기 퍼질러 앉아서 욕실 바닥 물 핥고 있음; 당장 떼어와서 컵에 물 담아 줬더니 물장구 존나 쳐놓고 바닥에 지가 흘린 물을 먹음.. ㅠㅠ 평소에도 물 잘먹는 녀석답게 꽐꽐꽐 드링킹 하는 모습 보고 혹시나 싶어 사료 옆에 갖다둠… 안 먹음.. 츄르 짜줌… 고개 돌리고 천천히 다빈이 방으로 향하더니 준비됐다는 듯 다빈이 가방 위에 시원하게 물토 한사바리 갈겨줌. 음식물 냄새만 맡아도 토가 나오나? 아무튼 그러고 다시 유유히 물 마시러 가심.
오늘 : 밤중에 내 침대 다빈이 침대 번갈아가며 자더니 오전엔 좀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다. 인나자마자 닥터코기 예약시간 맞춰 다시 캐리어에 막내 집어넣고 둔산동으로 출발. 이틀째 외출이라 적응 됐는지 덜 야옹 거림. 카리스마 넘치는 닥터코기 의사 선생님에게 쫄았는지 어제완 다르게 조용히 피 뽑히고 초음파 검사할 때도 침묵을 지킴! (기특 ㅠㅠ) 와이즈/닥터코기 의사샘들 모두 노령 고양이라 신부전을 예상하셨는데 검사 결과 신부전은 극극초기로 걱정할 상황이 아니고 방광이나 다른 장기도 깨끗한데 심장이 비대하다고… 사랑이 많은 녀석답다. 심장 크기는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을 수도 있고 노환으로 커졌을 수도 있는데 지금껏 잘 살아왔으니 사는 데 지장은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수액 맞히거나 수술할 때 폐부종이 올 수 있어 위험하다… 자세한 건 심장 검사를 추가로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함. 그리고 곡기를 끊는 거랑 심장은 그닥 인과관계가 없다고. 지금 보이는 증상의 가능성 있는 진단명은 결국 췌장염이었다. 최근에 사료나 간식 바꾼 것도 없어서 급성이라기 보단 만성 췌장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함. 우선 염증 주사 맞고 피하수액 맞으며 금요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재 내원 하라고 하심. 검사비로 44만원 썼지만 난 괜찮다. 금요일에 심장검사비로 또 20만원 쓸 거니까. 병원에서 돌아와서 또 1 츄르 먹였다.
막내 병원비를 부담할 수 있는 돈이 아직 내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막내야 내 막내동생아 아직은 죽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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