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you look so strong

then you fade away…

간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세이cgv로 영화보러 갔다. 망해서 문닫은 지 오래인 백화점이지만 <킴스비디오> 상영하는 곳이 대전에선 꼭 거기 뿐이라, 허옇게 밝은 대낮에도 어두컴컴 우중충한 백화점(이었던)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올라갔다. 2000원을 내면 16분 마사지를 해주는 의자가 있었다. 이천원 귀한 줄 모르고 괜시리 몸을 맡겨보았다가 계림 생각만 간절해졌다.. 계림은… 7만원인데..

  • <킴스비디오> 감상 : 세금으로 아카이빙 사업하는 모든 지자체 간부 및 담당자들 강제시청 시켜야 하는 영화

코스트코에서 <한입에 쏙 치즈오징어> 한 봉 사왔는데 이게 또 미친 맛돌이라 오늘 내내 혼자 20개 넘게 까먹고 여기저기 나눠주고 열 개도 안 남음. 그리고 오씨칼국수 가서 물총탕에 칼국수 시켜 먹었다. 그리고 에어팟도 생겼다. 드디어 나에게도 노이즈캔슬링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도착했다. ..

저녁에 디제이라는이름의유튜브검색녀 하러 출근했는데(사유: 레코드 틀기 귀찮음.. 그냥 유튜브 음원으로 들으면 안 되겠니.. 손님들앙..), 나의 동료 유성군이 오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에 놀러왔다. 유성군은 이 레코드바의 매니저이자 바텐더로, (전)여자친구를 따라 대전에 왔다가 이 가게에 취직하여 대전에 터잡아 살고 있는 20대초반의 통영청년이다. 굉장한 메탈헤드에 기타신동이라 그런지 손놀림이 날렵한데, 이 친구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그 휘황찬란한 손동작들이 그저 허장성세로만 보여 속으로 허(세)알(바생), ‘허알’이라 별명을 지어불렀다.

하지만 이 친구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다친 비둘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해 비둘기를 임보하고 그 새가 반나절 만에 죽자 묻어줘야겠다며 집까지 뛰어갔다 오는, 보기드문 속깊고 진한 녀석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에게 감히 허알 운운한 내 자신을 반성해야 했다..

아무튼 유성군이 놀러와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헤비메탈 신청곡을 들고 왔다. 들어온 지 오래됐는데 안 나가고 계속 신청곡 러쉬하는 아재들도 마음에 안 들었겠다, 옳다꾸나 유성군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더니 다들 주섬주섬 계산하고 나갔다. 유성군은 신나서 가게 한 가운데에 나가 혼자 슬램하고 난리를 쳐댔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hellyeah의 노래를 틀어주었다. 맥주 너덧병에 얼굴이 불콰해진 유성군이 신이 나서 가게를 방방 뛰어다녔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 근처 다른 가게 사장님이 놀러와서는 쥐드래곤의 <무제>를 틀어달라고 했다. 현아전남친의 구슬픈 발라드 한곡조도 신청하셨다. 이분은 쉰이 넘어보이는데 항상 젊은이들이 듣는(다고 상정되는) 노래를 신청한다. 지난번에는 유튜브에서 <2023년 릴스bgm 리믹스> 찾아 틀어달라고 해서 속으로 욕했다. 난 참..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속단하고 욕을 많이 하네…. 이 아재도 다친 비둘기를 구조하는 심성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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