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죽는 인생

“그가 아무리 많이 읽고, 생각을 할지라도 항상 그의 내부에는 어떤 텅 빈 공간이 남아있었으며, 바로 그 빈 공간을 통해 묘사되지도 않고 이야기될 수도 없는 세계가 불안한 바람에 의해 지나가고 있었다. 열일곱 살에 드바노프는 아직 그 어떠한 갑옷도 투구도, 즉 신에 대한 신앙이나 다른 정신적 안정을 위한 그 무엇도 가슴 위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기 앞에 펼쳐진 이름 없는 삶에 낯선 이름을 부여하지도 않았지만, 세상이 명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다만 샤샤는 일부러 고안된 명칭 대신 스스로의 입을 통해 그들이 이름을 듣기를 기대했을 따름이다.”

인생이라는 호박이 다시 어디론가 지멋대로 굴러가고 있다… 또 일을 시작했다는 소리다. .. 이로써 뮤직펍의 종업원, 레코드 바의 DJ라는 이름의 잡역부, 곧 시작하게 될 문화예술어쩌구나부랭이콘텐츠제작자로 쓰리잡을 뛰게 되었다. 오늘 15시에 세종에서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잠을 잘 기세로 어제부터 내내 잠을 잤다. 자도 자도 자꾸만 또 자고 싶을 정도로 잠결이라는 놈은 미치도록 부드럽기만 하다. ..

오랜만에 책을 네 권 샀다.

  1. 문보영 시집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 문보영은 이제 그 자신으로 어떤 세계관이 된 것 같다. 이만큼 ‘독서가’들에게 작품으로 사랑받으면서, 저자캐릭터는 또 ‘대중성’ 충만한 시인이 우리 시대에 또 있던가? (사실 하나면 족하다… 둘이나 견디기엔 한국문학계의 그릇이 좁아보인다..)
  2. 이수은,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 민음사 편집자가 집필한 독서 에세이라기에 알라딘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책.. 오프라인 서점 서가에서 발견하여 책뚜껑도 안 열어보고 집어왔으나 집에 와서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바랐던 상품이 아니다. 그러나 책은 구매자의 단순변심으로 반품이나 교환이 되지 않으니 설렁설렁 대충 보고 남 줘야겠다. 고전을 사랑하는 분이 고전 냄새 안 나는 방식으로 고전 추천하는 책인데(ex. 자존감이 무너진 날에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요^^), 이런 추천방식에 별 재미 못 느낄 뿐 아니라 걍 고전은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셀링이 되는데 굳이 읽어야 할 이유까지 읽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읽을 시간에 그냥 고전을 읽겠음.. 내가 원하는 독서 에세이는 남들이 잘 모르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는 명작을 소개하는 책이라구…
  3.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 <가녀장의 시대>도 아직 읽지 않은 나인데.. 이슬아 책을 돈 주고 구매한 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후로 처음; 나 아니어도 사주는 사람 및 도서관 많겠지.. 라는 괜한 삐죽한 마음에 ㅋ 이슬아 본인이 자신이 쓴 책 중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고 단언하기에 슬쩍 한번 사 봤다. 백여 페이지 읽은 소감: 이런 사람의 이런 글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사회라는 건 기분 좋을 일이지.
  4. 브라이언 딜런, <에세이즘> : 이 홈페이지를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게 만든 장본인… 오늘 산 네 권의 책 중 가장 좋다. 대가리가 어쩔 수 없는 영미제국의 노예라서 그런듯;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다시금 ‘에쎄이’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에쎄이는 정확한 찌름과 찔리는 아픔의 결합’이라는 표현이 이 책에서 나온다.

고닉 신간 사고 싶었는데 재고 없어서 못 샀다. 아침저녁으로 춥다. 살이 많이 쪘다. 술을 많이, 자주 먹는다. 집 나가고 싶다.


Comments

“끝내 죽는 인생”에 대한 2개의 응답

  1. 전 이제 박사님의 글을 주기적으로 읽지 않으면 힘들어요…
    오늘도 덕분에 커피 한 잔 홀로 마시면서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사랑

    1. 님을 위해 오늘도 갈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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