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시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일기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말로 일기를 시작해 본다. 밤에 잠도 잘 안 와서 팟캐스트로 일묵스님 법구경 틀어놓고 잔 지가 오래되었다. 일묵스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옛날 서울대 집단출가 사건의 장본인 중 하나로………. 스님 설명하면서 제일 먼저 서울대 어쩌고 적는 내 자신의 속물근성 언제쯤 없어질까요… _()_
그동안… 늘 그래왔듯 멀리서 보면 아무일 없고 가까이서 보면 울퉁불퉁 거칠고 고약했던 나날들이… 또다시 한세월 너머로 지나갔다. 무사태평하고도 개좆같은 인생이…. 그사이에 워홀 비자를 신청했고 신검까지 받아 그랜티드 레터가 도착했는데, 국적을 무려 노쓰 코리아로 선택하는 희대의 미친 adhd짓거리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북한 주민에게도 워홀 비자를 내주는 허물없는 인류애의 땅 호주에 가고 싶습니다… 보내주세요…
며칠 내내 오후 세네 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는데 (정말 잠에서 깨기가 시름.. 꿈속에서 살게 해줘…) 오늘은 오로지 두끼에 가기 위해 오전 열 한 시에 기상했다. 어제 엄마로부터 ‘내 눈앞에서 당장 꺼져’ 라는 폭언을 듣고(죄명: 설거지 미이행) 설거지 안 해도 되는 두끼에 가서 떡볶이를 처먹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 퍼온 떡을 다 먹지도 못하는데 어째서 두끼에 다녀오면 3kg이 증량되는지 영양학에 문외한인 나로선 알 길이 없다.
그렇게 배 뚜드리며 집에 와 ebs를 틀었는데 <귀하신 몸> 지방간 편이 나오고 있었다. 나에게는 <생로병사의 비밀>, <명의> 류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어서… 2주간 금주+채식 위주의 식단+주1~2회 등산 을 실천하기로 했다. 비존재에 대한 갈애로 목을 말라하면서 동시에 건강염려증 증세를 보이는 저라는 중생은 언제쯤 열반에 들고 윤회를 멈추게 될까요…
고맙게도 올해도 우만에서 일감을 주셔서 저녁 무렵부터 지금까지 내리 교정+수정타이핑 작업을 했다. 오랜만에 장시간 무언가에 집중하니 자기효용감이 느껴졌다. 원고 위에 빨간펜을 긋고, 그렇게 교정기호 투성이로 엉망진창이 된 교정지를 마주하면 그렇게 희열이 느껴질 수가 없다. 게다가 우만 대표님은 용역비도 안 아끼고 팍팍 부르신다. 이런 사막의 우물 같은 존재에게 지원금이 팍팍 돌아가야 나같은 인간도 그유명한 ;낙수효과; 라는 것을 느껴보는데.. 나라 꼬라지 보면 내년부턴 이 일도 존망이 왔다갔다 하지 싶다…
살면 살수록 앞으로가 겁시 난다… . 기쁨이라는 감각은 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그러하겠지. 모두가 그러하다는 자명한 사실, 나만 그런 거 아니니까 유난 떨 일도 아니라는 감각은 참으로 비정한 위로랄지, 비겁한 안심이랄지 아무튼 그런 게 된다……
이 먼지 쌓인 곳에 꾸준히 찾아주는 이들이 나를 보며 어떤.. 재수없는 안심을 느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너만 망한 게 아니라는 사실, 우리 모두 다같이 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편안하고 안락한 절망감을 맛보세요.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