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oved

육각수 때려치우자마자 놀이폭주기관차 출발. 엄마는 노인네들에게 관절약 파느라 주야장천 핸드폰을 곁에서 떼질 못하고 주7일 중 6일을 사무실 붙박이 하고 있는데 딸년은 산으로 들로 바다로 쏘다니느라 바쁘다고,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울엄마는 오늘도 한숨을 폭폭 쉰다.

대신 엄마 인생에 고려장은 없게 할게!! 손에 물 많이 묻히고 눈에 눈물나게 하겠지만 지게에 태우진 않을게!!!

유준이네 집 실외기에 비둘기가 알 낳았는데 유준이가 쓰레기통에 버렸대 – 뭐어어??? 어떻게 인두겁 쓰고 그런 짓을 하냐??? – 소리 많은 아우성, 유준이 없는 유준이 성토대회 진행, 먼 옛날 다친 비둘기를 주워다 집에 데려간 유성군과 비교질 – 갑자기 릴스에 운주계곡 상류에 있다는 비둘기펜션 뜸 – 내일 여기나 가자 ㅋ – 술과 음식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다섯 명이서 12만 8천골 소비(가성비 ㄹㅈㄷ) – 폭포 있어서 좋아했는데 인공폭포라서 퇴실 시간 되니까 전원 off 폭포 사라짐ㅠㅠ;

보문산 자락에 있는 전통찻집에서 한방차 대추차 매실차 석류차 팥빙수 먹고 해산.

다음날 아침 부산 출발~ 너무 오랜만이야~ 일 년도 더 넘었어 부산 가본 지가~ 부산에 발 디디자마자 느낄 수 있어 난 이곳에 살아야 한다는 걸… 서울은 너무 빠르고 대전은 너무 느린데 부산은 딱 내가 끼고 싶고 따라갈 수 있는 만큼의 유속을 가진 도시라고 느껴짐.

그러면 뭐하나요? 이미 삼성동이 내 집인 것을.

부산 내리자마자 송정으로 튀어가서 서핑 배우고 ―재능 없는 것으로 밝혀짐. 코어가 없어서 자꾸 발가락 힘으로 서려고 함=엄지 발가락 염좌엔딩―명진이가 기둘리는 못골 실비집으로~~~ 가는 길에 탄 택시 기사님이 나 백수라고 하니까 갑자기 힐링택시로 변해서 주문한 적 없는 용기를 계속 불어넣어줌. 서른이면 대통령 준비해도 될 나이라고 함. 그치만 2년 전 갔던 익산의 사주 카페에서는 대통령은 못 될 팔자라고 했는걸요? 동사무소 장까지는 해먹을 수 있는 애매한 중박 팔자라던데 공무원 시험 준비해야 할까요? 노량진 올라가야 할까요?

그러면 뭐하나요? 이미 대전시 동구 삼성동이 내 집인 것을.

술퍼먹고 명진이네 가서 명진이네 오빠랑 엄마한테 민폐 끼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명진이네 집 대문 바로 맞은편에 있는 목욕탕에 씻으러 감. 맨드라미는 명진네 어머니가 심으신 것. 참 이뿌다~ 모든 예사롭지 않은 여자에겐 흥미로운 엄마가 있다.

유현 언니가 송정살이 중이라 송정 바수가는 날마다 들른 해비치빌. 뷰가 죽이죠? 왜냐면 (또) 고바위에 있거든…

하 그런데 해가 가고 나이를 먹을 수록 바닷속에 들어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막 바다수영에 맛들였을 시기엔 정말 하루 웬~~~~종일, 라이프 가드가 고마하고 나가라; 할 때 까지 물에서 버팅겼는데 이젠 좀만 해도 멀미나구.. 춥구.. 체력 달리구.. 해파리랑 물벼룩 알러지 올라오구.. 점점 간지럽구 따갑구 잠와서 두 시간 정도밖에 해변에 몬 있음… ㅠ 파라솔 대여비 아깝구로…

가은이 언니 조용히 따라와서 모래사장 위에서 관세법 공부함 ㅠ 미치겠네 이 여자;

다같이 컬리반스에서 만나 맥주 마시고 일찌감치(21시) 해산. 정말로 옛날엔 상상도 못하던 귀가 시간이죠…; 근데 이제 맥주 3잔만 마셔도 알딸딸하이 집 가서 눕고 싶어요…

그래도 와하하 배잡고 많~이 웃었습니다. 스탠딩 코미디하는 사람들이 싯다운 해 있으면 2배로 웃기답니다?

집와서 명진이가 꾸버준 감자전에 2차 하고 갑자기 걸스나잇 시작 ㅋ 김명진의 보석함 개봉. 근데 나는 참 달린 귀걸이 끼면 약간 여장남자 에너지 생겨서… 귀걸이는 못 받아오구 반지랑 명진이 옷 몇 장 뜯어옴. “언니한텐 뭐~~~든지~~ 줄 수 있엉 ^0^!!!” 이러는 우리 진둥이 참 귀엽죠? 그치만 주려던 옷 다시 지가 입어보더니 “이건 내가 입어야겠당 ㅎㅎ;” 이러구 안 벗어요.

목욕탕 왤케 이쁜 거야? 1층에 목욕탕 있는 건물 살고 싶다. ..

내 인생 냉면 김하정 냉면 먹으러 n년만에 전포동 복귀. 저 양념장이 진귀한 명물이라 조금 얻어옴. 김하정 냉면 푸짐하게 먹고 김하정 딸 김유현이랑 미친 수다 떨고있는데 숏츠 보시던 김하정 님이 갑자기 냅다 “야! 우리 명상하자!!” 하고 불 끄셔서 급 위빳사나 타임 가짐;;

삼십 분 남짓 명상하고 나니 아홉시 반이 조금 넘어, 이대로 대전에 돌아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유현언니네 엄마가 “밤에 혼자 집에 돌아가며언… 서글프지 않엉?” 이렇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 그래서 그대로 주저앉아 하루 더 자고 가기루 함.

유현언니네 집만 오면 내 집으로 돌아갈 기운이 꺾인다. 부산 와서 마지막 정거장으로 유현언니 집 들르면 꼭 하루 더 자고 가게 됨. 언니랑 또 언니네 엄마랑 떠드는 게 너무 재밌고 웃기고 이상하고 마음 편해서… 그래서 이 날도 새벽 두 시까지 언니랑 떠들다 잠. 술 한 방울 안 먹고도 24시간 중 20시간을 말할 수 있는 게 신기하죠…

이 모녀는 왜이렇게 날 웃게 하는 거임. 아침엔 온 집안에 울려 퍼지는 유튜브 자기확언 동영상 소리에 깸. 유현언니 엄마랑 김건희 토크(아웃겨 진짜 김건희에 대해 모르는 게 없으심ㅋㅋㅋㅋ) 잠깐 하고 자갈치 가야 한다는 언니랑 나와서 나는 부산역에서 내렸다. 헤어지기 정말 시러 다시 맨날맨날 이들과 놀고 밥먹고 수영하고 커피먹고 놀러다니며 어울리고 시퍼 ㅠㅠ 김하정 김유현 이웃되기 위해 오늘부터 나두 전포 롯데캐슬 끌어당기기 1일차 돌입합니다.

그러면 뭐하나요? 이미 대전시 동구 삼성동 권동순 할머니집 2층이 내 집인 것을…

점심나절 느지막이 집에 와 보니 다행히 식물들이 이 폭염에도 물없이 견디고 있다.

정신없이 물 주고 짐 풀고 빨래하고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하고 나니 내일이 도서관 반납일이라는 문자가 와 있다.

참 부산 온 김에 오랜만에 매튜도 만났는데, 애는 지난주에 말레이시아 가서 친구한테 정자기증하고 왔다고 함; 진짜 미국인은 미국인이다~~ 한국으로 이민 준비하고 있다기에 왜 여기 살려고 하냐니까 건강보험 때문이라고 함. 진짜 미국인은 미국인이다~~


Comments

“Beloved”에 대한 4개 응답

  1. 하 박사님~ 저는 박사님 글이 왜이리 좋을까요~ 오늘도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1. 고마웡 유빈 ~~~♡ 한 번도 현실에서 만난 적 없지만 죽마고우처럼 느껴지는 인터넷 친구야~~~~~

  2. 너무 웃어서 글 마지막엔 기운 빠짐 하ㅏㅎ………….

    1. 을식 님!! 왜 대흥동 안 놀러오냐구요!!

유빈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