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서는 날이라 유성시장에서 토마토 한소쿠리(오천원)와 햇감자(사천원)를 좀 샀다. 한국에 오자마자 잊어버린 감각―지나가는 낯선 이에게 반사적으로 미소짓기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바닥에 널린 마늘과 조갯살, 족발, 가지, 꽃화분 들을 구경하다가 엄마랑 늘 가던 가게에 가서 보리밥이랑 잔치국수, 항아리 막걸리를 마셨다. 밥 먹고 핫바 하나씩 사서 벤치에 앉아 수다 떠는데 옆에 있던 노인이 학생들 떡 먹을래? 하며 쑥 절편을 권했다. 그 할아버지는 이전에 우리 엄마에게 “아줌마 남편 욕좀 작작해요” 하던 할배였다. 다시 만나면 지팡이를 분질러주겠노라 다짐했었는데, 막상 다시 만나니 화가 안 났다. 또 그놈의 가벼운 연민을 느껴버린 것이다.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쑥떡을 가져왔는데 아무도 없다고 구시렁대는 할배에게 맞장구를 쳐 주고 그러나 쑥떡은 얻어먹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사온 찰토마토를 썰어 할라피뇨 넣고 감자 삶은 것과 파마산 치즈를 버무려 먹었다. 지금은 맥주를 마시면서 이제 술을 줄이겠노라 다짐을 하는 중……
어떤 사람이 우리집 주차장에서 차창을 내리고 “너랑 만나면 맨날 음주운전이야!” 하고 갔다.
철없는 여름을 시작하기에 좋은 대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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