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뭔가를 쓰려면 일단 쓰려고 하는 비슷한 성질을 가진 뭔가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기분이 셋팅되고 정서라는 게 만들어져서 손끝으로 나온다. 인터뷰 질문지를 짜려면 인터뷰 책을 읽어야 하고 일기를 쓰려면 남의 일기를 좀 뒤져봐야 한다. 변비탈출을 위해 먹는 유산균 스틱처럼…

이번 주 안에 욜탱 페이퍼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좀처럼 진척이 잘 안 돼서 발리 사진이나 정리할까 하고 여기에 들어왔다. 사실 발리에는 이틀 있었고 내내 롬복이라는 곳에 속한 작은 섬 길리에 있었지만.. 자꾸 남들에게는 발리에 다녀왔다고 말하게 된다. 왜냐면 사람들이 발리는 알아도 롬복은 모르니까… 결국 나 편하자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몇 가지 황당했던 일

길리 가는 배 타기 전날 발리에서 약국 들러 멀미약을 샀는데 혹시 가짜약 줬나 싶을 정도로 효과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전례없는 배멀미에 시달림; 살면서 한 번도 배타고 멀미한 적 없었는데 길리 가는 배는 타자마자 정신이 혼미해져서 옆에서 재잘재잘 말하고 있는 유현언니한테 “조금만.. . 조용히.. .” 외마디 남기고 쓰러짐; 거의 반 주검이 된 상태로 뭍에 닿았다. 알고 보니 약국에서 준 약은 멀미약이 아니라 ㅡㅡ 항암하는 사람들이 방사선 치료 받고 구역감 억제할 때 먹는 약 ㅡㅡ을 준 거임 ㅡㅡ 미칫나 ㅡㅡ 인니에서 멀미약 살 때는 꼭 Antimo를 달라고 하세요.. . 안 그러면 항암약을 주니까.. 미ㅣ친..

동남아로 여행 갈 때마다 여행객과 현지인들의 생활 수준 차이 때문에 길티…를 느끼는데 또 길거리에서 물건 살 땐 본능적으로 흥정하게 됨.. 물론 그들도 처음부터 높은 값을 부르고 니가 원하는 가격은 얼만데? 하면서 맞춰가게 되지만 … 근데 어떤 유쾌한 아저씨는 게코 목걸이 하나에 만 오천원을 부르고 내가 잠시 고민하니까 “그럼 넌 얼마를 원하는데? 3만원??” 이럼 ㅋㅋㅋㅋㅋ ㅠㅠ 어째서 더 비싸지는 건데요.. 하지만 그말 듣자마자 우하하 웃음이 터지면서 그냥 만 오천원 주고 사게 됨. 그래그래 3만원을 부를 수도 있는데 만 오천원으로 해준 거구나~~

인니 사람들 진짜 영어 잘한다. 길거리에 백인이 바글바글해서 그런가… 근데 나랑 얘기할 때는 우리 둘 다 서로 상대방의 영어가 짧을 거라는 전제 하에 대화를 해서 그런가 걍존나게브로큰잉글리쉬. “이 차는 언제 출발해?” -> “When start” 이지랄 함 ㅋㅋ 근데 찰떡같이 알아듣고 소통에 아무 무리가 없음.. 영어를 모어로 쓰지 않는 사람들끼리 영어로 대화할 때가 제일 편한 것 같다. 조사 시제 단복수 그딴 거 다 치우고 그냥 단어만 있으면 됨;

유현언니한테 테드창 국내 강연 기조연설문 공유해주고 인공지능도 위빳사나를 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 무당(강신무)도 존재할 수 있는가? 같은 잡다구리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비행기가 뜨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게 됨. 그 무거운 게 어떻게 하늘에 뜨는 건지 이해하지 못 한 상태로 매번 목숨을 맡긴 채 하늘길에 올랐다니 미친짓이죠… 마찬가지로 테무산 방수팩 참사로 핸드폰 저세상 간 유현언니를 옆에서 지켜보자니, 방수팩의 작동 원리를 모르는 채 냅다 핸드폰 물에 담그는 게 너무 위험천만한 일인 것처럼 느껴져서 방수팩 원리 존나게 찾아봤는데 결국 뭐가 어떻게 된 일로 방수가 되는 건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 그래도 길리산 방수팩은 방수 잘 됨..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어도.. 고엔카 선생 왈, 비누의 원리를 몰라도 아낙네는 빨래를 잘만 한다.


Comments

“발리에서 생긴 일”에 대한 2개의 응답

  1. 길리가 현실이고 장마철 부산이 비현실 같아서 울적함ㅠ

    1. 거기 지금 비오나? ㅠ근데 난 한국의 장마낭만도 긔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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