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문을 여는 생각만 했었어

이사킥의 다소낮음을 차에서 따라부르다 이 가사 참 기똥차다는 생각이 들었음. 누가 문을 여는 생각만 했었다는 이 한 문장이…

2월에 내가 무엇을 했냐면.. .

  1. 커피를 수확했다 : 작년인가 들였던 커피나무에 열매가 발갛게 맺혔길래 따고 말리고 볶아서 내려 마셨다. 라이언하트 사장님이 일러준 방침대로 열매를 따서 과육을 벗기고 씨앗 점액질을 벗기기 위해 3-4일 물에 담가두고, 다시 씻고, 골고루 말리고 파치먼트를 벗기고(조낸 안 까짐)… -> 이걸 워시드 가공방법이라고 한단다. 벗겨둔 과육은 바짝 말려서 티처럼 우려 마실 수 있다기에 (‘카스카라’ 라고 불린다고..) 그렇게 해봤더니 완두콩 풋내 같은 게 너무 나서 한입 대고 버림; 귀찮고 지난한 가공 방식을 거쳐 커피빈을 얻어내 그걸 또 볶고 갈아서 필터에 걸러 마시니.. 기후재앙이 코앞에 닥친 인간이 즐기기엔 너무 사치스러운 식문화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노력에 비해 맛대가리도 그닥; 그래도 또 남은 열매를 말리고 있다…
  2. 미학 세미나에 참가했다 : 꽃성아가 10년 째 참여중인 서정민갑 샘의 미학 스터디에 따라가보았다. 이글턴이나 벤야민, 지젝 같은 재미만땅 이론가를 탐구하고 싶었는데 이들은 이미 그런 학자들 다 지나서 프레드릭 제임슨에 도착해있었다. 개괄서 한 권 읽은 게 전부지만 흥미돋x…; 무의식이 어쩌구 하는 사람들 다 나랑 안 맞음ㅠ; 애초에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연구한 무의식이 진짜 무의식일 수가 있냐고요????? 연구방법론에 최면술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러나 서정민갑 선생님의 캐릭터가 재미있었고(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비 내리는 서울로를 걷는 기분이 오랜만에 내게 멜랑콜리를 선사해주었다… 그리고 대전 내려오는 기차에서 옆에 앉은 할배가 시원하게 맥주 500캔 원샷하길래 구경 좀 했더니 할배에게 테라 한 캔을 선물받는 정다운 경험을 했다. 그리고 할배는 다시 참이슬 한 팩을 꺼내 마시다 잠듦…
  3. 익산에 사는 달마에게 사주를 봤다 : 대천에 사는 교사들이 입을 모아 용하다고 꼽았다는 익산의 달마사주카페에 행차해 보았음. 영국에서 돌아온 명진이랑 가은언니 델구 꽃성아랑 군산 일흥옥 가서 콩나물 국밥 한 그릇 자셔주고 주식에 헛돈 쓰겠다는 완태를 말리고 익산으로 향했음. 달마는 실내에서 중절모를 쓰고 있었고 비밀이 유출될 수 있으니 한 번에 한 사람만 들어오라고 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허상병에 걸렸다고 포격을 퍼붓기 시작함. 무좍건 공무원 해야 하는 팔자인데 망상병에 걸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함. 펜 들고 종이에 자기가 말하는 거 받아적으래서 적는데 “빠른시일 내에 정신 차리시고 노량진 올라가세요” 라고 쓰게 함. 저 올해 호주 갈건데요 ㅠ? 물어봐도 여행이나 다녀오시고 노량진 가세요 이캄.. 노량진 가서 2년 공부하면 9급 공무원 될 수 있다 함.. 아니 2년이나 공부하는데 9급이요? 차라리 7급을 보죠! 하니까 “그정도 머리는 안 됨” 이라고 쓰래 ㅋㅋ시발; 동사무소 공무원 하면 동장까지 해먹을 수 있는 사주라고 하면서 내 종이 빼앗고 자기가 직접 <대통령감은 아님니다> 이렇게 써줌 ㅋㅋ 허 참 시발 시켜줘도 안 해요 썅~ 허상병은 30살까지 지속되고 31살부터 치유된다고 함 ㅠ 빨간펜으로 “사물에 대한 괜한 호기심을 버리세요.” 일케 휘갈김; 살짝 용할지도;; 천살이 있다나 뭐라나? 천살이 뭐냐니까 맛이 간 생각이란다ㅋㅋ; 말띠 만나면 이혼하고 닭띠도 안 됨. 마지막에 신들린 것처럼 자기 혼자 종이 위에 머라머라 써 내려가는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요즘 약간 망각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현실 파악하시고 제자리를 지키고 사랑하는 님 만나 아가 1명 낳으시고 오손도손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팔자입니다. 기본 머리는 영특하신데 왜 망각 속에 살아갈려고 하십니까? 향후 좋은일이 꼭 생겨납니다. 기대하세요. <동사무소 동장 5급까지 합니다>” 너무 기이한 경험.. 방 밖에 앉아 계시던 달마의 사모님도 보통이 아니었다; 대치동 어쩌구 하는 유튜브 보며 혼자 뚱딴지 같은 소리 늘어놓다 마당에서 뛰노는 아기 강아지가 싫다며 부지깽이 들고 쫓아내러 가길래 식겁함.. 명진이는 여기서 달마에게 안 좋은 기운을 받았는지 대전 내려오는 내내 앓았다.
  4. 골든 카무이 정주행 : 엊그젠가부터 미쳐가지고 밤새워 내내 골카 보다.. 우파마초감성으로 진보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려 하니 그 부조화가 참 꿀맛이니라…;
  5. 나홀로 배드민턴의 유행 : 한 이틀 집 비우고 돌아와 보니 엄마가 훅훅 소리 내면서 거실에서 혼자 민턴채 들고 셔틀콕 치기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엄마 성화에 못 이겨 나도 좀 해봤는데 이거 은근 어려워서 도전정신 생김; 거실 천장에 낚싯줄 붙이고 거기에 셔틀콕 매달아 민턴채로 쥰나게 쳐대면 되는 개허접 홈트^^인데 놀랍게도 이걸 패키지로 온라인에서 판다고 함. 낙싯줄 + 셔틀콕 3개 합이 만 이천원; 이딴 게 팔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모친이 구입했더라…
  6.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 수강신청 실패 : 시발.. 2월 22일 부터 시작이었는데 1월부터 계속 기억하고 있었는데 정작 날짜가 다가왔을 땐 멍청하게 흘려보냄 ㅠㅠㅆㅑ갈… 뒤늦게 허겁지겁 신청했는데 여자 신수련생은 벌써 긴 대기자가 생겼다. 그래도 내게 위빳사나가 정말 필요한 시기라면 어떻게 해서든 내차례까지 올 거라고 생각해.. 그것이 우주의 작동 원리라고 생각해…. 박근혜라고 생각해…

아 그리고 허새로미 선생의 외신읽기 클래스도 신청해 보았음. 또 인후염을 앓아 어제부터 약을 먹는데 차도가 없음… 이제정말담배끊고광명찾겠습니다…


Comments

“누가 문을 여는 생각만 했었어”에 대한 2개의 응답

  1. 익산의 달마카페가 어딘가요?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잘 살고 계시죠?님의 블로그를 구독하던 애송이가 어느덧 이십대중반이네요… 님은 저를 몰라 깨름칙하실 수 있겠지만 스물 초반의 제게 새로운 일상과 취향을 보여주신 고마운 분이십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하트

    1. 한 달이 지나서야 답글을 답니다… 저도 어느덧 이십대 후반 내년이면 서른이네요. 여전히 애송이입니다… 사주카페는 네이버에 익산 달마사주카페 라고 검색하시면 정보가 나온답니다.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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