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쿠리코 언덕에서> 봤다. 졸작이었다(근친 줬다뺐기 뭐하자는 거임…). 그래도 전후 경제부흥기를 맞은 국가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그 전후…라는 게 나의 조국의 전쟁이라는 데에 약간의 모골 송연 지점이 있는 거지만요…^^;
한창 오타쿠 소리 듣던 중딩 때 좀 제대로, 깊이 있는 오덕질을 할 것을, 그것마저 애매한 수준으로 해서 일본어도 못하고 그냥 만화보는 사람.. 됨; JLPT 후기 찾아보면 왕년의 오덕질 덕분에 청해 만점! 이런 거 왕왕 나오는데 나는 하필 원작충이라 애니도 잘 안 보고 걍 리디북스에 월 nn만원 쓰는 사람.. 그게 끗임…. 썅!
어느 새 한 달이 지나 정신의학과에 재출석하는 날이 왔다. 눈 뜨자마자 세수하고 이 닦고 옷 챙겨입고 집을 나섰는데 버스를 놓쳤다. 20분 동안 빽다방 들러 맛대가리 없는 커피도 한 사발 하고 멍하니 정류장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 있자니,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일 수록 삶의 지루함에 정통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의 그 남루함 때문에 예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안 그러면 견딜 수가 없어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우리가 하는 일이란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것일 뿐이다.
현수좌가 울산으로 떠나고 새로운 의사를 배정 받았는데, 오늘이 바로 그 새 의사와의 첫 대면이었다. 새 의사는 아주 파릇파릇한.. 수련의 티를 아직 못 벗은 그런 남자였다. ‘교수님’ 이나 ‘원장님’ 소리 듣기에는 너무 어려보이고 연륜이라는 게 없어보이는. 진료를 받고 나오는데 너무나 간절히 현수좌가 보고 싶었다…. 내가 가장 속상할 때 마주보고 이야기 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정이 심하게 들었나보다. 이제는 많이 나아지고 있는 중이라서 새 의사랑 라포가 형성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저 처방전 제조기일 따름……..
블루투스 스피커가 죽어서 새 걸 주문했다. 오랫동안, 약 6번의 이사를 다니는 동안 꼬박꼬박 데리고 다니며 썼는데 이걸 선물해준 ㅇㅎ와 연락이 닿자마자 전원이 연결되지 않게 되었다. 멀쩡히 작동하다 새 차를 계약하고 오자마자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되었다는 오래된 자동차처럼.
수박이 참 맛있는 계절이다.
엄마한테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추천했는데, 다 읽더니 카톡으로 “지성인이 된 기분” 한 마디가 왔다.
지성인이 된 기분… 여러 가지 본질을 통과하는 문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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