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inkless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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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망할포차
일기를 시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일기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말로 일기를 시작해 본다. 밤에 잠도 잘 안 와서 팟캐스트로 일묵스님 법구경 틀어놓고 잔 지가 오래되었다. 일묵스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옛날 서울대 집단출가 사건의 장본인 중 하나로………. 스님 설명하면서 제일 먼저 서울대 어쩌고 적는 내 자신의 속물근성 언제쯤 없어질까요… _()_ 그동안… 늘 그래왔듯 멀리서 보면 아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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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도덕 풍경
쓰고 싶은 글이 많은데… 내게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일(≠job)이 된 지가 오래 되어서 모드 전환이 잘 안 된다. 어느 순간부터 삶이라는 것이 단순한 생명활동의 연장 쯤으로 여겨져 올해 하반기에는 일기도 거의 안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부터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주제가 두 개 정도 있다. 하나는 요즘 내가 태어나 거진 처음 느껴보는 다이어트 집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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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투병 노트
토요일 : 애가 하루종일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갔음을 인지 (자율급식이라 더 알아차리기 힘든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밥투정인가 사료가 맘에 안 드나.. 츄르는 받아 먹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단 지켜보기로 함. 일요일 : 아침이면 제일 일찍 일어나서 나나 엄마한테 밥/츄르 달라고 깨우는데 이 과정이 생략.. 사료 당연히 거부, 츄르까지 거부. 이틀을 굶으니 활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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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온천역에서 중앙로역까지
남들의 퇴근길은 나의 출근길로 통하고… 대전의 지하철이 드물게 붐비는 때 마다 승차하고 있다. 몸땡이 하나에 걸거치는 것들이 너무 많아 무거운 자루 옮기듯 걸음을 떼야 한다… 실제로 무거워지기도 했음.. 한.. 7-8키로 쯤.. 거의 체감 하루에 1kg 식으로 찌고있다… 병원에선 약 때문은 아니래는데 그럼 순전히 내가 많이 처먹은 탓이라는 걸까나?????? 내 앞에 앉은 한 중딩이는 학원에서 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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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you look so strong
then you fade away… 간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세이cgv로 영화보러 갔다. 망해서 문닫은 지 오래인 백화점이지만 <킴스비디오> 상영하는 곳이 대전에선 꼭 거기 뿐이라, 허옇게 밝은 대낮에도 어두컴컴 우중충한 백화점(이었던)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올라갔다. 2000원을 내면 16분 마사지를 해주는 의자가 있었다. 이천원 귀한 줄 모르고 괜시리 몸을 맡겨보았다가 계림 생각만 간절해졌다.. 계림은… 7만원인데.. 코스트코에서 <한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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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죽는 인생
“그가 아무리 많이 읽고, 생각을 할지라도 항상 그의 내부에는 어떤 텅 빈 공간이 남아있었으며, 바로 그 빈 공간을 통해 묘사되지도 않고 이야기될 수도 없는 세계가 불안한 바람에 의해 지나가고 있었다. 열일곱 살에 드바노프는 아직 그 어떠한 갑옷도 투구도, 즉 신에 대한 신앙이나 다른 정신적 안정을 위한 그 무엇도 가슴 위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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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정신적 무지외반증으로 살텐가?
오랜만에 한국 소설 읽다가 한국인이 쓴 책 읽으면 자1살 생각 밖에 안 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어떤 남자가 유성온천역사 안에 놓인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앉은 자리에는 이미 빈 캔이 세 캔 있었고 그 옆에 여섯개들이 카스 한 묶음이 포장지 뜯겨진 채 놓여있었다. 엊그제는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어떤 아저씨가 뒤에서 연거푸 스쿼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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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진다는 게 뭘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아니다, 실은 숨도 쉬고 밥도 먹고 전철도 타고 출근도 하고 말도 한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이 몸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고, 그 느낌의 하중이 너무 커서 발자국 떼기를 어렵게 만든다. 하루 중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 중 내 의지가 동력이 되어 작동되는 일은 잠 밖에 없다. 거리에서 지나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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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비 내리는 유성천 풍경을 보면서.. I can’t stand the rain을 듣고 있다… 이 다음엔 마일즈 데이비스 Blue in Green이 나올 것이다. 애플뮤직에 있는 비 오는 날 플레이리스트를 틀으면 레너드 코헨이나 쳇 베이커, 니나 시몬 같은 목소리들을 들려준다. 콕토 트윈스랑 요 라 텡고도 있다. 어제는 하루종일 자다가 저녁에 다빈이랑 사랑의 블랙홀 보면서 스위트 베르무트를 1/3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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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거의 천년만에 수영을 했다. 성아가 아침에 유성까지 와줘서 같이 추목수영장엘 간 것이다. 강습용 수영복이 아닌 좀 널널한 바다수영복을 챙겨갔더니 물살을 가를 때마다 수영장의 차가운 물이 한움큼씩 가슴 아래로 들어가 내 몸을 그대로 만지고 지나갔다. 냉각수가 원전 열 식히듯… 몸이 데워질 틈 없이 식어만 갔다. 오십미터를 완주하고 다시 오십미터를 돌아 합해서 백미터를 쉬지 않고 수영해보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