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ㄴ 단정하게 살고 있슨…
두문불출 주간이 길어지고 엔간해선 밖에 나가지 않는다. 사람도 만나지 않음. 이따금 집에 찾아오는(달려오는) 성아랑 점심을 해 먹긴 하지만 주에 한 번 정도 있는 이벤트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내 집 or 엄마집에서 밥 해먹고 살림하고 책 읽고 티비 보고 공부하고 막내 똥 치우면서… 그러면서 보낸다. 식재료 떨어지면 한 번씩 타슈 끌고 시장 가고 커피 떨어지면 대흥동 카페 가서 원두 사다 나르면서..
그러다 오늘 자동차 검사 받으러, 그리고 연체된 책 반납하러 오랜만에 대문 밖을 나섰는데
전방에 폐지 끌고 오는 할머니 발견.
고된 얼굴로 폐지더미에 노끈을 칭칭 둘러감고 질질 끌고 오시는데 그 순간 부처님이 또 나 공덕 쌓으라고 이런 귀한 기회를 주셨군 ;하는 직감이 파칭 ㅋ
제가 도와드릴게염~ 하고 가서 거들었는데 생각보다 무거워서 다섯 걸음이나 뗐나; 걍 차 뒷자석에 쑤셔넣고 집 근처 고물상으로 나름. 바퀴는 신의 선물입니다.
거의 한 달만에 용운도서관 방문. 어김없이 맞아주는 경비 할배… 책만 반납하고 쏙 나오니 왜 벌써 가냐며 붙잡는다. 송촌도서관에도 연체된 책 있어서 거기도 가봐야 한다고 뿌리치고 나섬.

이 할배는 추석에 카톡으로 안부인사도 보냄 ㅋㅋ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늙어서 이제 이름이 안 외워진다며 날더러 “삼성동삐삐”라 부른다(이유: 여름동안 양갈래 머리하고 다녀서;).
떠나는 내 차 옆에 서서 할배는 계속 “가끔씩 와, 또 와” 그러고
폐지 줍는 할머니는 “아가씨 미안해, 미안해” 그런다.
글씨할배는 욜라탱고 문앞에서 열리기를 기다리고…
언젠가는 내게도 혼자있다는 게 끔찍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오겠지.
아침에 자기 이불을 팔고
저녁에 울면서 다시 그것을 사러 온 사람처럼 (강성은, 환상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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