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각수 교육 받고 차 고치고 저녁 해 먹고 정보공개청구 넣었을 뿐인데 어떡해 벌써 여덟 시~ 어떡해 벌써 여덟 시네~ 만년필 가격 외워야 하는데~
시발.
어제 성아랑 소마이 신지 특집 심야영화 상영회 참가하러 밤 열한시에 타슈 타고 아트시네마로 튀어갔다. 좆시축제 때문에 그 새벽에 오며가며 한 시간을 걸을 생각에 (그리고 세 시간 뒤 다시 출근하러 또 그 길을 걸을 생각에) 골탱이가 띵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내친구 타슈가 있자나??????? 잽싸게 가까운 타슈 정류장을 검색해 자전거 빌려 슝 갔더니 10분이 채 안 걸렸다. 정말… 인류 최고 발명품은 바퀴가 맞다.
온통 학생들이 나오는 영화를 볼 예정이기에 나도 카라 달린 반팔 셔츠에 남색 반바지를 단정하게 입고 안경도 척 써주고 메신저백을 맸다. 그런 차림새를 하고 추억의 투니버스 앨범 들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으니 정말로 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회춘한 기분이 들어 밤바람에 이를 내놓고 웃으며 발을 구르게 되었다. 하지만 진실은 난 성인 될 때까지 두발 자전거 탈 줄 몰랐다는 것이다.
진실이 뭐가 되었든 관념 속의 나―이미지를 체현하는 것이 우리시대 낭만의 비밀입니다.
11시 상영 시작이었는데 좆시축제 음향팀이 좀처럼 철거를 안 해서; 11시 30분이 넘어서야 첫 작품 「여름 정원」을 볼 수 있었다. 혼자 사는 노인이 죽는 장면을 보고 싶다는 일념 하에 개구장이 세 소년이(뚱보, 말라깽이, 안경잽이 -> 개구장이 세 소년의 영원한 공식!) 동네 독거노인 미행하다 결국 그와 가까워지고, 다같이 할배의 집을 고치고(점점 일본식 가옥 DIY 수리 비디오로 변함), 노인이 가진 개인의 역사가 드러나고, 죽고(캐릭터가 개인이 되면 필연적으로 사망한다… 더 큰 내러티브 안에서 해야 할 역할을 마쳤기 때문에…), 아이들은 성장하고, 우물은 닫히고, 아름답던 집은 폐허가 되고, 여기 어두컴컴한 오래된 극장 속에서 성아와 나는 울고.. .
괴팍 노인의 죽음에는 어딘가 더 서러운 데가 있다. 관객을 울리고 싶다면 성질 더러운 노친네를 등장시킨 다음, 죽여버려야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고작 그 두 시간 동안 알게 된 인물의 죽음에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현실에서 남들의 죽음을 어찌 견디며 사는지 모르겠다…
소마이 신지 감독 작품은 어떤 장면을 어떻게 잘라도 포스터가 될 것처럼 아름답지만, 관념 속 <일본의 여름>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하지만, 두 번 세 번 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왤까?… 내가 언제든 다시보기를 시도하는 영화들과 이 영화들은 무엇이 다르기에….

첫 영화가 끝나니 새벽 한 시 반이 훌쩍 넘어있었고, 다음 영화 「이사」를 보다가 엔딩 부근에서 잠이 들었다. 한 여름에 가다마이를 입고 검정 구두를 신고 영화를 보는 내내 리갈패드에 무어라 펜을 휘갈기는 씨네필 남성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너무 잠 오고 다음날 오전에 출근해야 해서 마지막 작품 「태풍 클럽」은 포기하고 아트시네마를 나왔다. 걸어간다는 성아에게 타슈 어플을 깔게 하고 타슈 정거장에 딱 두 대 남은 자전거를 사이 좋게 나눠 탄 뒤 우리는 잉카모텔 앞에서 헤어졌다.
밤에 보는 영화는 참 좋아!
밤에 친구랑 영화보고 헤어져서 새벽에 홀로 돌아가는 길도 참 좋아!
인적 드문 천변에서 자전거 타고 가는 길이면 더 좋아!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