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삼일

성아가 어제 몬스테라를 주었다. 욜탱에서 키우던 몬스테라가 새끼를 낸 것을 떼어내 분갈이해서 준 것이다. 우리집에서 키우던 몬스테라는 내가 호주에 가 있는 사이 엄마가 죽여먹었는지 돌아와보니 사라져있었다. 빨래 걷으러 나가보니 후덥지근하고 뜨뜻한 게 몬스테라가 금방금방 자랄 날씨다. 성아에게 블루베리와 할라피뇨도 받아왔다.

이사 나온 날 엄마가 이런 카톡을 보냈었다. 너는 네 인프라와 네트워크로 너를 보호해. 나는 죽을만큼 노력할게.

엄마가 내 친구들에게 종종 보이는 적대감, 남한테 딸 뺏긴 사람처럼 굴 때마다 지긋지긋하고 혐오스러웠는데 이제는 엄마가 가진 게 나뿐이라 너무 외롭고 겁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짐을 챙기러 집에 가보면 아빠가 옷방에 조각보만한 여름이불을 깔고 누워 숏츠만 내리 보고있다. 저런 사람이랑 죽는 날까지 해로해야 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적진에 가장 약한 아군을 트로이목마처럼 세워두고 나만 줄행랑친 기분이 든다.

오늘 저녁에는 내가 내놓은 헌책들을 주워간 앞집 여자아이가 놀러오기로 했다. 냉파스타 해 먹이려고 토마토 소스를 한대접 쒔다. 일전에 사둔 리슬링 와인이랑 먹으면 맛 좋겠지.

사람을 맞이했다가 다시 혼자가 되는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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