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 read in 2024

  1.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 들녘

: 재작년 12월 31일에 성아랑 대흥동에서 파스타 한 접시 먹고 알라딘 중고서점 구경 갔다가 구매했던 책. 새해 첫 책으로 읽었던 기억. 책과 읽고 쓰는 행위가 아주 중요한, 어떤 공룡들의 세계에 대한 재기 넘치는 이야기였는데… 초딩 때였으면 재밌게 읽었을지도 모르나(약간 ‘아더와 미니모이’ 감성) 스물 여덟아홉 먹은 처녀의 동심엔 이미 옹벽이 쳐질 대로 쳐져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다는 후문.

2. 1984, 조지 오웰, 을유문화사

: 옛날 사람이 쓴 디스토피아 소설이 주는 감상=시대적 불행 묘사의 부정확함으로 인해 선견지명이나 통찰의 탁월함을 느끼기가 어려움. 오웰의 수필은 참 재미있는데(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나걸랑…),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나에겐 공산주의에 대한 염증이 물씬 풍기는 이 소설이 그닥 와닿진 않았다. 오웰이 이 소설을 집필했던 시절(1949)엔 공산주의가 그리 먼 단어가 아니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공포가 더 즉물적으로 생성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게 이 소설은 범(자본주의) 무서운 줄 모르는 순진한 이의 반공소설로 읽혔다.

3.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더퀘스트

: 사이코패스의 뇌를 연구하던 과학자.. 어느날 우연히 자신의 뇌 스캔 이미지가 싸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싸패 특유;의 냉철함으로 스스로가 싸패임을 인정한 저자가 들려주는 싸패 이야기~ 저자는 약육강식 논리에 큰 거부감이 없고(게으르거나 약하면 사회에서 자연탈락 되어야 한다는 식) 싸패답게 ‘복지’에 반감을 갖고 있는데(본인한테 나오는 주정부 연구기금도 거절함;), 마지막에는 싸패들도 생애초기부터 보호/관리해줘야 한다고 주장 함. 안 그러면 범죄자 된다고. 역시 싸패들은 지들만 생각한다니까?;;

4. 슐로모 산드, 만들어진 유대인, 사월의책

: 유대인이 쓴 유대인 역사 고발서…라고 거칠게 요약하면 아쉬운 점이 한 두 개가 아닐 정도로 훌륭한 책이라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의 명분들, 특히 정체성 정치를 집요하게 논파한다. 작년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귀국하면 이 책이랑 엮어서 읽기/공부 임을 가지고 싶음.

5. 김화진, 공룡의 이동 경로, 스위밍꿀

: 요즘 한국 소설의 이런 경향(인물들끼리의 사소한 부침들에 돋보기를 들이대며 각자의 자아를 탐구하는 마음관찰일기st)에 영~ 재미를 느낄 수 없으미… 스위밍꿀에서 나오는 모든 책들이 나랑 상성이 안 맞음… ㅠ

6. 클레어 킵스,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 모멘토

: 2차 대전의 포화 속에서 작은 집참새 한 마리가 물어다 주었던 위안이 가섬을 따뜻하게 데워줌ㅜㅜ

7. 다니자키 준이치로, 슌킨 이야기, 민음사

: 아가씨와 머슴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 츄라이. 아가씨의 앙큼함에 대한 묘사가 압도적임;

8. 애덤 로버츠, 트랜스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 앨피

: 성아 쫓아 나갔던 미학모임 선정 도서로 읽었던 책. 프레드릭 제임슨 선생이 머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안내하는 소개서 정도… 정작 제임슨 원문은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호주로 와버렸는데 작년에 돌아가셨다. 앞으로 내가 제임슨을 읽어볼 일이 있을까…. 홀로 냅두면 아마 없을 것이므로… 한국 돌아가면 미학모임에 다시 참여해야겠지…

9.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민음사

: 고리오 영감 딸자식들 인성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 소설; 읽고 있으면 미치겠음… 당장 오은영 박사 프랑스에 급파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남;

10. 저메이카 킨케이드, 내 어머니의 자서전, 민음사

: 휴… 저메이카 킨케이드 당신이란 정말 품격있는 여자 ㅠ

11. 한나 야나기하라, 리틀 라이프, 시공사

: 각종 sns를 뜨겁게 달궜던..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소설이란 말에 이끌려 구매. 하 근데 이거 정신력 너무 소모시키는 소설임… 작가가 인물을 너무 학대함; 그리고 자꾸 인물들 외모에 대해 언급하고 얼마나 잘생겼는지 강조하는데 그럴 때마다 후죠시 소설 읽는 거 같아가지고 몰입 깨짐. 학대페티시 있는 동인녀의 비엘소설 같다고요ㅠ 난 비엘은 취향 아니란 말야; 그래도 처 울긴 다 처 움;;

12. 이연숙,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 난다

: 여러분 다들 남의 일기 좋아하시죠? 저… 날생선 날고기는 좋아하지 않지만 날일기는 환장합니다… 누군가의 날일기를 읽을 때 충족되는 이 욕망을 뭐라 불러야 할지… 유성원의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책도 좋아할 거라고 봐… 가끔 교양과 유식을 견뎌야 하지만요? 어쩔 수 없어요 리타 씨 서울대 다닌대잔아요.

13. 정지돈, 모든 것은 영원했다, 문학과지성사

: 작년 정지돈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을 무렵 브리즈번 스퀘어 도서관 갔다가 한국어 코너에 이 책이 보여 냅다 빌려다 읽음. 다시금 후장사실주의자들의 문학과 두 발짝 멀어짐;;

14. 최수근, 지부장의 수첩, 민음사

: 한국어 어학당 강사 노조 지부장이었던 최수근 씨의 투쟁 일지. 딱히 파이팅 넘치지도, 혈기가 느껴지는 타입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 어떤 활동가의 글보다 인간의 존엄을 느끼게 함. 가슴을 혁명으로 뜨겁게 추동하는 글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더 혁명의 일상적 낯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15. 유리관, 교정의 요정, 민음사

: 민음사에서 나온 일기들 시리즈를 이북 출간하자마자 모조리 샀는데, 그중 제일 기대했던 책임. 스스로를 ‘교정공’이라 부르는 교정노동자 유리관 씨가 전하는 맞춤법 안내 및 (까심 가득한) 독후감, 시발소리가 나오지 아니할 수 없는 일상 이야기… 이런 욕쟁이 투덜이의 일기 너무 취향이잔아. 하지만 이런 신경질쟁이의 일기를 하루종일 읽기란 조금 힘들어서, 조금씩 나누어 향신료 치듯 읽었다.

16. 이유리, 브로콜리 펀치, 문학과지성사

: 귀엽고 상큼함. 약간 명진이 스타일.

17. 에밀리 브론테, 워더링 하이츠, 을유문화사

: 드디어 읽었다. 폭풍의 언덕… 서양 로맨스 고전 3대장을 내 선호도 순으로 정렬시키면 오만과 편견>>>넘사벽>>>제인 에어>워더링 하이츠 이쯤 될듯. 브론테 자매가 그리는 야성의 남주들이 전부 제 취향 아니라서요… 이따금 양인 여성들의 책을 읽다보면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첫사랑이 히스클리프였다는둥..)을 확인할 수 있는데 도대체 무슨 매력을 느낀 건지 워더링 하이츠 전문을 읽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들 성격이 하도 지랄맞아서 책 읽으면서 하존나피곤하다;;는 생각을 처음 해봄.

18. 박완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문학동네

: 걍 박완서 쿨타임 돌아와서 읽은 단편집 중 하나. 최애작은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19. 박상영, 1차원이 되고 싶어, 문학동네

: 참으로 오랜만에 읽은 박상영… 대학 졸업하고 처음인듯. 여전히 발랄하시더군. 2000년대도 이제는 세태소설의 대상이 되는구나 싶어 감회가 새로웠다. 전설의 그 대사-> “너 진짜 돌았냐?” “응, 돌았지. 너 존나 좋아해서 돌아버렸는데 몰랐어?” 를 읽는데 내 얼굴이 다 시뻘개짐. 이런 인소감성이 2000년대 정취에 한몫했다.

20.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세계사

: 애지중지하였던 아들을 잃고 하느님과 싸우는 심정으로(박완서는 신실한 가톨릭 교도였다) 이 갈고 써 내려간 참척의 수필. 박완서는 가부장제의 허울이나 남아선호사상을 줄창 비판해온 작가인데, 정작 본인이 아들을 잃고나자 딸들 중 하나를 잃었으면 이보단 덜 괴로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씀. 트위터에서 누가 이 구절만 똑 떼와서 박완서도 여혐이다! 이러고들 있는데… 자기 내면의 여성혐오를 여기까지 고백하는 완서 선생의 무서운 솔직함이야말로 완서문학의 기개이자 기백이라고… 나, 완서사랑녀는 이렇게 말해봅니다.

21. 호영, 전부 취소, 읻다

: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트랜스하는 번역가 호영의 트랜스젠더 정체화기. 마지막 장 <트랜스 트랜스>의 흐름이 특히나 감동을 줌. 그러나 유청년기에 미국으로 유학 갔다온 이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나 스스로 지나치게 계급냄새를 의식하게 되어 비루해지는 기분이 한켠에 있다….

22. 케이트 가비노,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이은선

: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출판문화 업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시안-아메리칸 젊녀들의 이야기. 존나 재밌었다… 솔직히 뉴욕에서 벌어지는 여자들의 우정사랑커리어 드라마를 재미없어 하기란 아무래도 힘든 일이지. 수많은 드라마 영화 소설로 인해 정신이 이미 뉴욕의 식민지인걸… 맨해튼 브룩클린 롱아일랜드 브롱크스 퀸즈 한 번도 발디뎌 본 적 없지만 언제나 그리운 꿈의 도시여……

23. 서한나, 드라마, 글항아리

: 그.. 가수원 향우회 만들어가지고 공동구매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 이 책은… 아마 나는 니가 내는 모든 책을 갖게 되겠지… 어디까지 가겠니 한나야 너는

24. 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덴슬리벨

: 서간체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 탑승하세요. <채링크로스 84번지>랑 유사하게 전쟁 중 책을 매개로 꽃피는 휴마니티~가 주제이나, 아무래도 전자는 실.화. 인데 이 책은 픽션이라 로맨스 함량이 너무 높음. 그.. 너무 상업영화 같달까요. 실지로 상업영화화 되었지만…

25.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리시올

: 마크 피셔 책만 읽으면 왤케 암울해지는지… 분명 <대안없음>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우리들의 빈약한 상상력을 일깨우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진짜로 대안없음……에 압도당함…

26. 바스티앙 비베스, 염소의 맛, 미메시스

: 실내수영장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그래픽 노블. 제목을 잘 지었다. 워터릴리스가 생각나기도… 사랑과 수영장이라니. 염소의 맛이라니. 근데 이 작가 아동 포르노 이미지 유포로 조사 받았다네; 씹새. 관상은 과학.

27.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 아홉 가지 이야기, 열린책들

: 오스카 와일드가 지은 아홉 가지 동화가 실려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를 읽으면.. 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그런 아름답고 슬픈 것들로 가득 차서 눈물이 남.

28.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 생각정거장

: 권여선 소설 읽고 싶은데 리디셀렉트에 이거뿐이 없어서 다운 받음. 대상작 <모르는 영역>보다 자선작 <전갱이의 맛>이 더 좋았다. 권여선의 한식 묘사, 술상 묘사는 절로 군침 흐르게 한다…

29. 이치카와 사오, 헌치백, 허블

: 이야 이거 참 패기가 대단한 소설임. 2023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데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힘들다. 중증장애부자여성, 루저거지남성의 계급성 설정이 정치적으로 매우 절묘해서 읽다보면 대가리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누가 나쁜가? 이 저울질을 계속하게 만드는 게 정말 재밌는 작품이다). 유일한 단점은 너무 짧은 분량.

30.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웅진지식하우스

: 계엄령 이후 전개된 내란 사태를 지켜보면서.. 2찍들과 절교하면서.. 도대체 저새끼들은 왜 저모양이지? 에 대한 답을 얻고저 읽었으나 깨달은 것은 우리의 뇌와 저들의 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뿐.. 저들을 설득하려면 논리나 증거로 중무장할 게 아니라 상냥하고 인정많은 태도를 장착해야 한다고 합니다. 차라리 다시태어나라고 해…

31. W.G제발트, 아우스터리츠, 을유문화사

: 열댓번은 도전한 것 같은데 읽을 때마다 잠에 빠져들어 20% 이상 읽지 못함. 트위터 보니까 인생책으로 꼽는 사람 많던데 도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거예요????

32. 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 황금가지

: 나 이젠 정말 판타지 소설 못 읽는 몸이 되었나봐.. 전설의 눈마새 10% 읽고 하차… 초딩 땐 영화마을에서 드래곤 어쩌구 하는 판타지 무협 소설 잘만 빌려다 읽었는데… 올해 재도전 하겠음.

33. 세계괴담모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영화제에서 묶은 세계괴담집.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내려받았으나 재미는 잘 몰?루겠네. 인도네시아랑 호주 부분만 읽음;

34. 애나 로웬하웁트 칭, 세계 끝의 버섯, 현실문화

: 인류학과 생태학의 짬뽕적 만남 그런 거 내가 참 좋아하는데 어째 이 책은 논문맛이 너무 진하게 나서… 펼칠 때마다 잠들다. 장거리 비행에 필수템이었음 이거만 읽으면 꿀잠직행해서;

35. 이승훈, 너라는 환상, 세계사

: 작년에 읽은 거의 유일한 시집… 왤케 시집과 멀어졌을까잉… 좋아라 할만 한 젊시인 찾기가 점점 힘들어져 영감할매아줌시들 시집만 들춰 댐. 노화의 증거이겠죠… 이승훈 할아버지의 시… 언뜻 너무 쉬워보이지만 또 이렇게 쓰기가 얼매나 어렵게요…

36. 박찬욱, 몽타주, 마음산책

: 박찬욱 감독에게 쪼들리던 시절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이런 개웃긴 칼럼집도 없었을 거 아냐. 그유명한 종팔이 에피소드도 여기에 나옴. 그런데 이북 편집이 너무 엉망진창이라 제돈주고 사기 아까울 지경임; 글자가 커졌다 작아졌다 폰트가 명조였다 고딕이었다 아주 지맘대로에, 너무많은오타랑 뜬금무 줄바꿈으로 읽는 이에게 빡침을 선사함. 하지만~ 모든 걸 상쇄하는 박찬욱의 유머.

37.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문학동네

: 나 로맹 가리 정말 좋아하는데… 로맹 가리 단편은 별로 안 좋아하네… 를 알게 되었습니다. 장편 많이 써놨으니 장편 읽으면 되겠죠. 그래도 난 아직 로맹가리식 휴~마니티가 좋습니다.

38. 도서관여행자, 도서관은 살아 있다, 마티

: 갑자기 사서 바람이 불어가지고 (내 마음에) 사서에 관심 생겨 읽은 책. 이거 외에도 도서관이나 사서 실무에 대한 여러 책들 여럿 장바구니에 담아놨는데 사서 안 하기로 마음먹은 뒤(타로 봤는데 안 하는 게 낫대서 바로 접음ㅋㅋ;) 미련이 사라져서 장바구니 싹 비움 . 그래도 이 책은 도서관 생활자를 꿈꾸는 이로서 한 번쯤 읽어봄직 했다. 한국에선 무소음 도서관이 불문율이지만 호주 도서관에선 다들 통화하고 수다떨고 난리 법석이더라. 시끄럽다고 서로 눈째는 도서관보단 웃으며 떠드는 도서관이 나을지도~

39. 배수아, 작별의 순간들, 문학동네

: 수아 햄이 독일 시골 별택에서 정원 가꾸고 글 쓰고 하여튼 수아 햄 다운 생활을 하는 에세이여요. 요즘 수아 햄 책은 읽을 때마다 “독일어 잘해서 부럽군.” 하는 감상 말곤 더 나올 게 없음. 올해는 <독학자>를 재독할까 해…

40.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반비

: 솔닛 햄의 모녀관계도 참 진흙탕이었구먼… 지성이 번뜩이는 문장으로 가득 찬, 자아와 글쓰기가 대결하는 여자의 엣세이를 싫어할 이 누가 있으리오?

41. 한강, 내 여자의 열매, 문학과지성사

: 노벨상 영향으로 사 보았으나… 아무래도 너무 어두컴컴하여.. 하아ㅠ 나는 역시 권여선이 더 좋아~~ 하는 생각을 하였네요. 하지만 한강 문학의 위대함에는 반론을 들고 싶지 않음입니다.

42. 도리스 레싱, 사랑하는 습관, 문예출판사

: <다섯 째 아이> 읽고 싶은데 리디셀렉트에 없어서 대체재로 읽다…

43. 조지 오웰, 조지 오웰 산문선, 열린책들

: 그래 이거지 이것이 오웰의 참 맛이지! 인간성이 드러나는 산문을 쓰는 작가가 좋다구.

44.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쌤앤파커스

: 다시 태어나면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 진리는 물리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번 생에 달고나온 뇌로는 <이해>가 너무 요원함.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시간이라는 개념을 요리조리 내멋대로 뜯어보고 추정해보고 친구와 함께 떠들어보면서 (“아니 이 책의 말대로라면… ‘용궁에 3일 있었는데 현실로돌아와보니100년지나다’ 같은 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아니겠지..”) 참 즐거웠다.

45. 정혜윤, 삶의 발명, 위고

: 가끔 정혜윤-이슬아류의 에쎄이가 땡길 때가 있음. 착하고 올바르고 책 좋아하는 여자의 인용 가득한 에세이는 분명한 힘을 줍니다.

46. 안톤 허,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어크로스

: 한때 통대 진학이나 번역업을 꿈꿨던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번역 쪽으론 오줌도 안 싸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47. 양귀자, 다시 시작하는 아침, 푸르메

: 갑자기 양귀자가 너무 읽고 싶어졌는데 리디셀렉트엔 이 책뿐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읽음. 문학상 받은 단편들 모아놓은 책인데 여기서 <한계령> 다시 읽고 대학 때 우즈베키스탄남과 조별과제 했던 때 생각남. 그분과는 국문과 수업에서 만났는데 어케 짝지가 되어서 둘이 같이 한계령 분석하는 발표를 해야 했음. 우즈벡남은 한계령 읽고 주인공에게 극대노(“왜 저렇게 기다리는 친구를 안 만나러 가는 거예요?? 너무 싫어요”)하여 이 소설 전혀 공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된다고 하였다. 결국 둘다 나란히 C 받음; 지금 떠올려보니 소중한 추억~♥ 잘 지내시려나요 카리모부 씨.

48. 리 매킨타이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위즈덤하우스

: 지구평평이들과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지구평평학회(놀랍게도 실존함)까지 찾아가서 음모론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저자의 행동력과 실천적 태도 정말 본받을만 함.. 근데 나는 이 책 읽으면서 지구평평주장인들의 제정신에 대한 회의가 더 깊어짐..

49. 대런 애쓰모글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시공사

: 시국 때문에 읽었는데 이거 다시 보니까 출판사가 시공사네; 전두환 돈으로 세운 회사가 이런 책 내는 걸 양심에 뿔났다고 해야 하냐 반성의 증거라고 해야 하냐??

50. 제임스 볼드윈,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열린책들

: 나 볼드윈 첨 읽어봤어… 여기 추천의 말에 실린 문장, “이 소설은 악역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름과 얼굴이 있는 유일한 악당인 벨 경관을 제외하면 독자들은 고만고만한 사람들을, 성실한 사람들을, 친절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다. 아마도 얼굴없는 학대의 시스템이 이번에는 상식과 정의와 친절함에 의해 멈출지도 모른다. 희망이 허약한 망상에 불과하다 해도, 그 망상이 처벌보다 더 큰 고통을 준다고 해도 이들은 여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이 좋았다. 희망이 허약한 망상에 불과해도 거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이 말이 주는 희망이… 세상의 존나못생긴모습을 줄창 보며 갈기갈기 찢어진 내 작은 가슴에 와 닿았다.

51. 영이, 호르몬 일지, 민음사

: 트랜지션 과정으로 호르몬을 맞으면서 매일매일 써내려 간 일지. 비정제원당 같은 일기, 그런건 니 블로그에나 써. 소리 딱 좋게 쓰여진 일기, 내가 좋아하는 일기였다. 이 책이나 <전부 취소> 같은 거 읽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무지에서 깨어났습니다. 감사합니다.” 할 순 없을 거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영이 씨가 개쌍욕을 하지 않을까 싶네?? 그치만 이런 책들이, 트랜스젠더의 집합체나 대명사가 아닌 개인으로 존재하는 책들이 출간되어 읽힌다는 건 분명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52. 불교경전, 동국대학교

: 작년에 담마센터 다녀오고 괜히 들춰봄. 붓다 생애에 대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발췌해서 읽었다. 이 책은 다빈이가 동국대 합격하면서 받아온 책인데 참~ 불교대학 티내네 ^^ 싶어 웃기기도 하고 이런 개두꺼운 책(심지어 천 양장;;)을 전교생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립대 자금력에 감탄도 하였더랬다.

53. 실라 피츠패트릭, 아주 짧은 소련사, 롤러코스터

: 날이 갈수록 느는 소련에 대한 관심… 그러나 뒤돌아보면 까먹는 소련사… 트로츠키가 뭐했더라? 레닌이랑 스탈린이랑 머가 어케 달랐더라? 오로지 뇌리에 남는 것은 고르바초프 영감의 대머리에 난 특이한 점의 모양 뿐이다…

흠 생각보다 작년엔 마니 못 읽었네. 도서관 접근성이 낮은 상황-해외 체류-탓도 있고 만화책을 너무 읽어서 그럴 수도 있고… 2024 만화 연말정산도 써 보고 싶은데 지금 이거 쓰는 데만도 너무 오래 걸렸음 ㅅㅂ 내일 도시락 싸야 하는데.. 씻고 자야 하는데… 거의 모든 책을 이북리더기로 읽었는데… 리디페이퍼 구매가 2024 가장 현명한 소비 1위였다. 안 가져왔으면 정말 불편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해외살이하러 떠나는 모든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얼른 고국에 돌아가 종이책을 읽고 시퍼…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면서 열댓권씩 뽑아 책상에 앉고 시퍼… 물성 있는 책을 갖고 시퍼…

이 책도 분명 2024년에 읽은 책인데 제목이 기억나질 않음.. 제목에 자살이 들어갔던 것 같은데.. 에두아르 르베 책인가??? 쩝… 새해에는 좀더 강박적으로 기록할 것임 읽을 때마다 북플에 등록할 거심!! 한국문학도 마니 읽을 거임!!


Comments

“What I read in 2024” 에 하나의 답글

  1. 넘 재밋다 나도 한강보다 권여선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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