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취 시발…
5일간의 개돌보미를 마치고 내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 운전하는데 지금 혈중알콜농도 측정하면 분명 면허취소겠다는 확신이 들어따.. . 술 먹고 숙취에 시달리는 게 한 두 번도 아니고 지금 십년째 똑같은짓을 반복하고 있는데 진짜 정신 좀 차려야지 않을까? 내 앞으로 다신 술 안 마신다… 고 다짐할 순 없으나 앞으로는 숙취 없을 음주만을 해야게따고 마음 먹어보는 금요일 아침입니다
왜냐면 난 진짜… 아픈게 실커든…

그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어.. 청하 다섯 병과 함께… 너무 급하게 마셔서 체감 5시간은 마신 거 같은데 꼴랑 두 시간 여만에 왕창 취해서 집으로 기어감 어떤 정신으로 씻고 잤는지 기억도 안 남

대가리 아퍼서 잠도 안 옴 그냥 여섯 시간 동안 누워만 있음
또 비오네 시발거; 빨래 좀 하자!!!!!!!!!!!!!!!!!!!!!!!!!!!!!!!!!!!!!!!!!!!!!!!!1
무섭게도 내린다 두부는 비와서 이틀이나 산책 못했는데 오늘도 못 나가게 생겼다

휴대폰에 개 고양이 사진이 그득하다 내인생 가장 가까워진 개 둘.. 두부와 별이

슬쩍 와서 등을 붙이는 게 너무 귀엽고 그 뭉툭하고 단단한 느낌이 죠음..

밤에 자려고 누우면 이렇게 다글다글 몰려와서 알아서 자기들 자리 잡고 잔다 종이 다른 동물들이 한데 모여 잠을 자려고 하는 게 욘나 소중되는 거지요…ㅠㅠ

가수원에 머무는 동안 할머니네서 밥을 자주 먹었다

점점 늘어나는 반찬들 그러나 전부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들 게다가 맛도 없음
IM VERY SORRY SUMI KIM BUT APPRECIATED!

앞집 감나무가 울창하게 잘 자랐기에 앞집 할아버지 안부 물었더니 오래전에 자살했단다. 저 감나무는 할배가 서림 목욕탕 근처에서 훔쳐와 심은 거였는데, 감나무 주인이 이를 갈고 온 동네를 돌며 감나무란 감나무는 전부 속속들이 조사하여 자기 감나무랑 대조하는 바람에 할배는 절도를 발각 당하고 돈 물어줬었다는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미 심겨버린 감나무는 다시 뽑지 못해 그대로 앞집 마당에 뿌리 박고 무럭무럭 자라 늠름한 한 그루가 되었다. 이젠 할배는 가고 없고 감나무만 오롯이 있네.
주민센터로 운동간다는 할머니와 함께 나가려고 할머니 나갈 채비하는 거 기다리는데, 할머니가 자꾸 자기 가슴뼈 아픈 이야기를 꺼내놨다. 김봉천 정형외과에 갔더니 봉천이가 제발 일 좀 그만하라 했다며 스스로의 부지런함을 은근히 뽐내면서… 그 살인사건 난 정형외과를 아직도 다니냐고 했더니 병원인데 사람 좀 죽을 수도 있지 머, 이런다. 이 동네엔 살인과 자살이 횡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원만 떠올리면 내 마음 속 풍경의 원형… 내 영혼의 척추가 만들어진 곳… 이런 아련무쌍한 마음이 든다. 고담시티 주민들도 고담시티에 향수 느끼겠죠.
중학교 앞에서 교복 팔던 아저씨는 원한 품은 죽마고우 손에 죽임당했고 우유 유통하시던 아저씨는 가게에서 목을 맸다. 같은 자리에서 문방구하시던 아저씨는 남묘호렌게쿄 신자로 오직 그분만이 살아남으셨다. 사람이 살려면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채비를 마친 할머니와 함께 주민센터까지 걷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할머니에게 인사를 해왔다. 길가에 멍하니 서 있던 어떤 아줌마는 인사도 없이 할매에게 “옆엔 누구예요?” 대뜸 물었다. 할머니는 그대로 아줌마를 지나쳐가며 응, 우리 손녀 하고 대답해주었다. 저 아줌만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삼십프로 모지란 사람.” 이런다…
파리바게트 앞에서 빵 사준다는 할머니에게 절대 싫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빵공장에서 사람이 몇이나 죽었는 줄 아냐며 빵 강매하려는 할머니를 어떻게든 발자국 떼게 만드려고 했는데 꼭 안 움직이려는 강아지 목줄 끌어당기는 거처럼 힘들었다. 할머니는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살인난 병원도 암시랑토 않게 다니는 사람이라 그런가보다.
점심에 할머니 집에 가면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요양보호사께서 오셔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할머니는 이 복지를 갖기 위해 공단 사람 앞에서 못 일어나는 척 거동 못하는 척 연기도 하고 자신의 헐빈한 복부를 부러 노출하기도 했다. 5급이 나와도 문젠데(5급이 나오면 ‘노란차’ 타고 종일 쎈터에 가 있어야 한단다) 딱 4급이 나왔다며 좋아라하는 우리 할머니… 할머니집 2층에 세들어 사는 가족들 흉을 보며 셋집주인답게 구는 우리 할머니… 자신이 이 집에 얼마나 많은 돈을 부었고 그래서 이 집이 얼마나 좋은 집인지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느라 달달 외워버린 수리내역들(옆집 기와는 나무인데 우리는 철골을 어쩌고 저쩌고) 줄줄 읊는 우리 할머니…. 할머니 집에 가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문밖에서 다른 노인의 목쉰 소리가 들린다. 나가보면 백발이 성성한 꼬부랑 할머니가 계단을 거의 기다시피하며 올라오고 있다. 수미에게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감자와 고구마순을 전해주러 오는 것이다… 그 할매의 나이는 구십 둘이라고 했다. 아흔살을 넘긴 노인이 여기까지 감자며 고구마순이 든 봉다리를 들고 와서 계단을 기어올라 기어코 수미에게 봉다리를 쥐어주고 “난 당신이 불쌍해” 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아니 그전에 92살이 구황작물 농사는 대체 어떻게 하는 거임.. 얼마전에 쓸개도 뜯어냈다는데…

드라마 영화 소설 현실 모든 내러티브에서는 인물이 아니라 상황이 전부인 것 같다. 어떤 의지도 감정도 상황 앞에선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런데 상황은 내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상황이 나를 조종하는 것에 더 가깝다…
드라마를 보면,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이마만큼이나 많은 인물들이 필요하다는 게 실감된다.
이 세상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무슨 역할일까
나는 어떤 국면을 돕기 위해…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위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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