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and tell

가수원에서 삼성동 오는 동안 아주 오랜만에 검정치마 1집을 들었다. 이십대 초입에는 검정치마 노래들이 되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젊고 뒤숭숭하고 변덕스러운… 설탕같고 기분나쁜…

이 노래를 들으면 스물 두어살 적 술집에서 만난 어떤 남자애랑 노래방 갔던 날이 떠오른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는 가창을 위해서 혹은 웃기기 위해서, 오직 두 가지 목적만 띤다고 생각했는데 그애는 둘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할 검정치마 노래를 연달아 불렀다. 탬버린 흔들기도 민망한 어정쩡한 템포에 따라 부르기도 별 흥이 안 나는 노래들을 듣다 지루해져 하품이 막 날 때쯤 갑자기 걔랑 입맞추게 되었다. 너무 즉흥적이라 입술을 떼고 나면 웃음이 막 터져나오는, 그런 어이없고 분별없는 뽀뽀였다.

노래방을 나서니 동이 터오고 있었고 우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는 길에 연락처를 차단하고 인스타그램을 뒤져 그애의 계정을 찾아낸 뒤 선제적 차단조치를 내렸다. 왜냐면 그때 나는 내 나이, 출신, 배경 등 거의 모든 것을 꾸며냈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해야 할 것만 같다.

kiss and tell은 비밀을 누설한다는 뜻이기도 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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