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시 쯤 깼나?
어제는 손님방에서 잤다
방문 앞에 티비를 세워두고
<슈퍼배드2>를 보다 잠들었다
잠에서 깬 자리에서 그대로 누워
어제 보다 만 지점부터 <슈퍼배드2>를 다시 재생했다
<슈퍼배드2>에선 세 여자애들에게 엄마가 생긴다
아침부터 눈물을 닦고 일어나
대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은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었다
우붓 로스터리 출신 원두를 뜯어
커피도 내렸다
책을 좀 읽다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이불을 주문했다
매트리스 커버는 보라색 이불은 올리브색 베개는 빨강색과 흑백 물방울 무늬
그러고 책상 앞을 떠나 주방에 서서
대파를 정리했다
쫑쫑 썰어 지퍼백에 쓸어넣은 뒤 냉동실에 얼려두고
뿌리가 달린 밑둥은 조금 남겨 물에 담가놓았다
내일쯤 흙에 심어 무한대파공급망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고 냉장고 야채칸을 열어보니 이사올 때 가져왔던 토마토들이
상해가는 것 같아
전부 토마토 소스로 만들었다
다진 양파와 토마토,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올리브유에 한바탕 볶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한 뒤
토마토 주스 한 팩과 치킨스톡 한 알을 넣고
파마산 치즈와 후추를 뿌린다
여기에 일기를 올리고 나서는
밀대로 걸레질을 한 번 하려고 한다
난 제법 가정주부가 성미에 맞는 것 같다
설거지도 바로바로 하고
대낮에 더위를 견디며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나는 것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하나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돈벌이 수단만 있으면 되는데…
돈줄 사람 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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