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느낌 투성이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왔다. 아빠가 틀어둔 유튜브에선 이재명이 시종일관 호통을 치고 있어서 후덥지근한데도 방문을 꾹 닫게 된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재명을 좋아하는 사람도 모두 이재명이 소락배기 지르는 영상을 보며 산다… 나또한 이재명과 김혜경이 나오는 동상이몽을 보며 살고 있다 … .

너무 많은 느낌들이 왔다 가는 시절이다.

지난 주말에는 철원에 갔다. 서서 음악 듣다 자주 울었다. 첫 주자가 단편선이었는데, 철원에 올라가는 차 안에서까지 “솔직히 난 단편선 노래 좋은지 잘 모르겠다”며 입을 삐죽였던 게 무색하게… 독립 피아노 반주가 나오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흐름; 우뚝 서서 눈을 감고 선율을 느끼는데, 피아노 소리가 심하게 아름다워서… 내가 인간이라는 존엄성이 느껴짐과 동시에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곡 음악만세는 정말로…. 인생은 우스운 게 아니라는, 정말로 사는 건 이토록 불안하고 혼란하고 흔들림이라는, 그래서 위대하고 경이롭고 황홀한 것이라는, 살아봄직한 것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무당이 강신무 추듯 제자리 뛰기를 존나 하면서 지상에 눈물을 흩뿌렸음…….

이튿날에는 울 미셸이 공연 펜스잡으려고 거의 저녁 8시가 다되어서야 입장했다. 친절한 여성분이 조금 비켜주어서 나도 맨앞줄에 설 수 있었다. 미셸이는 펜타포트에서 보았을 때보다 한국말이 정말 많이 늘었고, 은채의 표현을 빌리자면 갓 말린 천사 같았다. 그렇게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도 여신강림; 얼굴 쳐다보느라 노래에 몰입을 잘 못 했다. 곡수도 정말 많았고 미셸이는 갈수록 명창이 되어놔서, 미셸이는… 가수야… 정말 그래… 싱어송라이터라고부르고 싶지도 않고 그냥 가수. 노래하는 사람이야… 같은 찬미를 속엣말로 계속 해댐. 마지막곡으로 김정미의 햇님을 불러주었는데, 디엠지 피스트레인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고… 우중 속에서 햇님이 있어 행복하다는 노래를 부르는 우리 모두가 착한 마음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 나라 2030 남성의 70%가 2찍과 4찍이라는 사실 지표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순간… .

수요일에는 <고스트라이트> 보러 서울 다녀왔다. 심통 노인이 연극으로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전혀 딴 판이었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스태프들이 영화 끝났다고 소리칠 때까지 꺼이꺼이 울었는데 뭐가 그리 슬펐던 건지 꼬집어서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스스로를 정면으로 마주한 뒤에라야 비로소 다른 사람을, 모든 것을, 모든 이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싶다. 나 자신을 받아들임으로써… 비겁자가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순간의 충동을 용기로 착각하지 않으면서…

종각까지 슬슬 걸어와 맥주 한 잔에 쉑쉑버거 버섯 들어간 거 먹다가 환희 언니랑 냉면 먹을 약속 잡았다. 남는 시간에 전시 보러 일민 갔더니 피카디리에서 봤던 노인 바다가 꼭 다른 별 이야기 같았다. 잘 차려입은, 자신에게도 주관이 있다고 차림새로 비명 지르는 젊은이들.

6월의 종로는 대낮같이 환하고 녹음이 푸르러 이 도시가 영원할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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