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MEN』, Pauline Harmange

브리즈번 인디 서점에서 구한 얇은 페미 서적.. 한국에는 『나는 남자가 싫다』는 제목으로 21년에 번역/출판 되었으나 현재는 절판. 한 2년만 빨리 나왔어도 한국에서 제법 주목을 받았을 법한데, 안타깝게도 애초에 프랑스 원서 출간연도가 20년이다. 21년이면 남혐보다 코로나가 팔릴 시절이라 조용히 묻힌듯.. .

맨날천날 여성혐오[미소지니] 소리만 들어서 남성혐오라는 영단어가 있을 거란 생각 조차 못해봤는데 (당연히) 있었다. Misandry. 아직 서문밖에 못 읽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을 못했지만 대충 머 남혐의 효용에 대해 밝히는 책이겠거니… 메갈로 페미니즘을 시작한 영영페미에게 그닥 신선한 내용은 아니지만 일단 영어 공부할겸 조금씩 읽고 여기다 옮겨보려고 한다. 직역으로 초벌 번역 하고, 문맥만 맞춰 한국어 사용자에게 알맞게 패러프레이징할 거. .. ㅠ


서문

어느 날, 나는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남자들이 여성인권 얘기만 나오면 흥미를 잃고 무관심한 게 지긋지긋하다는 내용이었다. 거의 곧바로 익명의 눈팅족이 덧글을 남겼다 : ‘님 자신에게 그 이유를 찾아야 할듯ㅋ 느그 페미들은 “남자인 게 쪽팔린다, 남성타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 남자들한테 존나 공격적이잖아;; 님이 남자여자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도 니말 들어줄 거임. 그때까진 님은 걍 욕구불만 예민녀고ㅋ 오히려 여성인권에 폐끼치고 있는 거임.’

이 멋진 신사께서는 별로 에두르지도 않고 내가 남혐한다고 비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욕 먹는 유일한 여자인 건 아니다. 수많은 페미니스트와 레즈비언들이 반복해서 이런 모욕을 받고 있다. 마치 남성권력에 대한 도전이나 남성에 대한 단순한 성적 무관심이 그들에 대한 증오 그 자체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남성혐오라는 비난은, 억압에 맞서는 여성들의 분노(가끔 폭력적이지만 언제나 정당한)를 음소거하는 일종의 메커니즘이다. 남성혐오에 분노하는 것―다른 것들과 마찬가지일 뿐인 ‘한낱 성차별’의 한 형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불평하는 것(마치 세상이 그동안 성차별을 진정 처단하기 위해 노력해오기라도 한 것처럼)은, 역사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 문화와 권위에 의한 성차별적 억압을 은폐하는 수단이다. 이는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는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와 똑같이 위험하다는 혐의를 제기하고, 여성이 남성을 불신하거나, 거부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데에 합리적인 정당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아무렴, 인간 역사의 전단계를 통틀어 남성은 여성에게 해를 끼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 아니면 차라리, 어떤 남자도 여자에게 위해를 가한 적이 없다고 말해줘야 할까?

오랜 시간 잘못 이해된 결과로,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남혐은 그저 콘셉트에 불과하지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것은 일면적으론 진실이다. 왜냐하면 남성을 조직적으로 폄하하고 구조적으로 억압하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가 모든 남성분들을 한 바구니에 싸잡아 넣고 일반화하며 조롱할 때조차 그것은 그저 농담에 불과하다. 우리, 솔직히 속에서는 존나 착하다.

하지만 남혐이 필수적이고 게다가 건강한 일이기까지 하다면? 여자들이 왜 이런 의견에 거부감을 느끼는지 안다. 남자를 싫어하는 지독한 극단주의자 취급 받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여성들이 이미 화형대에서 태워졌다.

그러나 나는 감히 하려고 한다. 난 인정할 것이다: 나는 남자가 싫다! 정말로? 남자 전부가? 그렇다, 나는 남자 전체가 싫다. 나는 남자들 중 누구에게도 존중감을 갖기가 어렵다. 사실 이 사실은 좀 재밌는데, 왜냐면 표면적으로 나는 남자가 싫다고 할만 할 타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들 중 하나와 결혼하기를 선택했고, 그 모든 일이 있고도 여전히 그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하지만 내 선택이 완전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바이섹슈얼 여성으로서, 나는 내가 호모포비아 인간들 및 사회와 부딪쳤던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자들이 왜들 그렇게 너무나 남자적인지 의문을 멈출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자들은 폭력적이고 이기적이고 게으름을 부리며 비겁하다. 또, 나는 왜 우리 여자들은 남자들이 우릴 때리고 강간하고 살인하는데도 그들의 결함(나도 모르게 심한 말 했네! 내말은, 그래, ^결핍^말이다)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을 거둘 수 없다. 소년들은 언제까지나 소년일 것이다. 반면, 소녀들은 여성으로 성장하며 스스로 평화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 왜냐하면 가부장제의 투리구슬을 통해 굴절된 우리의 운명이라는 좁은 비전을 탈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는 남자들의 별스러운 성벽쯤 참고 견디는 데에 완벽히 능하다. 어쨌든 우리한텐 선택권이 없다. 우리가 메일 게이즈를 피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욕구불만녀, 다이크 부치녀, 히스테릭녀.

남혐과 여혐이 똑같이 나쁘다는 말을 차치하더라도, 남자들 또한 남혐을 다루는 게 어려워 보인다. 남혐은 견딜 수 없는 만행이긴 하나, 결국엔 0건의 죽음과 0명의 사사상자를 유발한 충격적인 광분이 되었다. 보아하니, 요즘같은 시대에 남자로 산다는 것은 미투운동 같은 모든 페미니스트 불쉿들 때문에 만만치 않은 일이 되었다. 남자들은 더이상 여자를 어떻게 꼬셔야 할지, 여자 동료들이랑 어떻게 한 엘리베이터에 타야 할지, 어떻게 농담을 쳐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남자들이 여전히 해도 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별로 공감이 안 가지만, 남자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실존적 두려움이 있다. 그들은 요즘 자기들이 얼마나 박해를 받는지 남자들이 얼마나 불쌍하며 살기 힘든지 찡찡댄다. 하지만 그런 징징거림은 자신들이 가부장제의 수혜를 얻은 데에 대한 책임을 능숙하게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이상한 일이지만 소수의 남자들은 왜 페미들이 즈그들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궁금해하기를 멈춘 것 같다. 궁금해 하기라도 했으면 즈그들의 유죄를 강력히 시사하는 통계들을 알아보기라도 했을 테다. 하지만 남자들은 자신들은 범죄자가 아니라고, 일반화는 좋지 않다고 여자들에게 설명하느라 너무 바쁘다. 그리고 우리가 “남잔 다 쓰레기야” 하며 그들에게 소외감이라도 들게 하면, 남자들은 우리의 투쟁에 참여하거나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한다. 마치 우리가 남자 없이 투쟁하지 못할 것처럼. 우리가 꼭 이 짓을 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그리고 남자들이 기어코 이 싸움을 참견했을 때, 운동을 인수하려 하거나 자신들의 결정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았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남성혐오를 잠재력 있는 탈출구라고 본다. 내뱉는 모든 숨마다 NO라고 말하며 규범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방법인 것이다. 소셜 그룹으로서 그리고 때때로 개인으로서 남자를 싫어하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을 가져다 준다. 내가 그냥 미친 늙은 마녀라서 그런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남혐주의자가 되면 얼마나 멋진 저항이 될까. 우리는 우리에게 실은 남자따위 필요 없다는 사실을 (처음엔 좀 슬플지 몰라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는 예상치 못한 힘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남성 독재와 메일 게이즈를 넘어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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