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비형 독감 확정 ㅆㅂ
이럴 거면 어제 저녁 들렀던 코알이비인후과에서 걍 독감검사 할 걸
그때만 해도 열이 없어서 의사가 열 나면 다시 검사하자고 돌려보냈다
코알이비인후과 지하주차장이 너무 쓰레기라(입출구 동일, 개좁아터져서 맨끝자리는 각 안 나와 드갈 수 없음) 다시는 이 병원에 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1층에 있는 파파존스 들러 피자 한 판 야무지게 업어가지고 집에 옴
코알이비인후과는 젊은 여자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음+공장식 스피드 진료로 대기자가 빨리 빠짐 등의 장점이 있지만
차 넣고 빼다 요절할 거 같아서
걍 오늘 아침엔 집근처 고려의원에 감
8시 45분 진료 시작 시간 맞춰갔는데 벌써 노인들로 인산인해; 과연 노인픽(나에 1층 주인집 할매픽) 병원 다웠달지…
진료 받으러 들어갔더니 의사 할저씨가 아직도 나무막대기(하드 다 빨면 남는 막대기)로 혓바닥 누르고 목구멍 봄…
코알이비인후과에서는 기깔나는 장비들로 콧구멍 목구멍 귓구멍 사진들을 찍어대고 나에게 보여줬는데.. 진공청소기 같은 기계로 콧물도 빨아들여줬는데..
고려의원이 가진 진료도구는 청진기와 나무막대기 뿐이었다
오늘은 열이 좀 있어서 나뭇떼기로 혀 몇 번 누르고 바로 독감 검사로 넘어갔다
코로나 이후 잊고 있었던 감각… 콧구녕에 긴 면봉을 집어넣어 뇌라도 긁어낼 거처럼 깊숙이 후벼대는 아찔한 느낌에 조건반사처럼 눈물이 흘렀다
결과 나올 때까지 대기하며
진료실에 달려있는 티비로 김창옥쇼4를 봤다
김창옥 씨는 대체 언제부터.. 어디서 튀어나와서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언제부터 김창옥 씨가 우리사회의 “멘토”가 된 겁니까..?
오늘의 사연자는 “아들이 주제도 모르고 배우한다고 깝쳐서 힘들어요” 고민을 토로하는 줌이었다. 카메라가 그 옆에 앉은 아들을 비춰주고 방청객과 패널들은 “오~^^ 잘생겼는데요? 배우할 만 한데요?” 반응들을 보여줌
아들은 눈알을 굴리며(카메라를 지나치게 의식하며) 말없이 앉아 있었다
왜 조금이라도 변변히 생긴 남자들은 바로 <배우>라는 직업에 도전하려고 하는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다던데 그냥 경찰 돼서 <ㅇㅇ파출소의 인기 경관> 되는 길이 본인에게도 국가에게도 도움되는 일일 텐데
“너 그정도 아니세요..” 라고 엄마가 아무리 말해줘도
아직 납득하지 못한 아들은
개그콘서트라는 흘러간 프로그램의 <황해>라는 고리짝시절 코너를 손수 재연해보이며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하려 하였다
너무 민망해서 티비 밖에 있는 나조차 고개를 돌리게 됨…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황해를 패러디한 개콘 프로그램의 이상구를 따라하는.. 너무 많은 따라함의 레이어가 겹쳐서 더이상 원본의 존재는 온데간데 없고 그냥 하나도 안 웃기고 하나도 안 재밌는 어거지 사투리를 구사하는 본인만 남게 되는 행위… 를 자발적으로 기꺼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버거워…
그러고 있자니 내 코에 면봉을 찔러준 줌과 할저씨가 다시 나를 불러 비형독감 진단을 내려주었다
난 에이형 여자인데 어째서 비형독감이…
혈액형과 독감의 A,B는 아무짝에도 상관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해보고 싶은 것이다
일 년에 5일인가 8일인가는 진단서 없이도 병가 인정되지만
혹시나 싶어 일단 진단서 좀 떼 달라고 했더니
존나게 억겁 같은 시간을 기다리게 한 뒤 지들 마음대로 “소견서”를 떼 주고 만원 갈취함
지랄할 힘도 없어 그냥 갈취 당하고 도합 사만 육백원을 고려의원에게 상납한 뒤
처방전을 들고 바로 옆에 있는 새시대 약국에 들어갔다

새시대 약국..
이런 이름을 단 약국에는 꼭 … 박정희 때 약사 자격을 딴 것처럼 무자비하게 늙어버린
구시대의 유물같은 초 할아버지 약사가 홀로 있다
할아버지는 멍 때리며 난로에 손을 녹이다 내 처방전을 갖고 조제실 가벽 뒤로 사라진 뒤 오랜 시간 나오지 않았다
하도 오래걸리길래 고이 접힌 종이에 들어있는 가루약이 나올까 기대했건만
그냥 목넘김이 나쁜 알약들이 나왔다
할배에게 마스크 좀 달라고, 어떤 마스크들이 있냐고(전염예방 안 되는 부직포 마스크를 사고 싶진 않았기에..) 물어봤더니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셨다
코로나 때 쓰던 KF94인지 95인지 그거 있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시곤 크리넥스에서 나온 마스크를 줌
봉지에 떡하니 KF80이라고 써 있는…
이건 미세먼지 차단밖에 안 되잔아요….
하지만 역시 지랄할 힘이 없어 그냥 받아들고 나옴
할배도 새시대를 믿었던 때가 있겠죠
새시대가 오리라… 그런 희망을 갖고 간판을 만들었겠죠
새시대 약국 속에 홀로 들어있는
검버섯 잔뜩 핀 노인 얼굴
노인 의사와 노인 약사의 굼뜬 속도에 한껏 짜증내고 싶은 내 마음
아파서 그런가 이런 게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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