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보우하사.. 취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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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근 세 달 간의 취준이 끝났다

원서 접수부터 최합까지 세 달.. 미친 거지.. 세 달이면 일 년의 4분지 1인데…;

떼돈 주는 것도 아니고 꼴랑 월급 이백얼마 주는 회사 들어간다고 온갖 랄을 떨어야 하는 게 존나 부조리임..

한국살기라는 게 다 그런 거겠죠.. 카프카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얼마나 대작을 써 댔을지 감도 안 와;

아무튼 잘 되길 빌어준 사람이 주변에 많아가지고 덕분에 당장 다음주 화요일 부터 다시 사회로의 복귀..ㄱ-

오래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22년 말에 퇴사했으니 3년 밖에 안 놀았다

근데 마치 영원히 백수였던 것처럼 느껴짐… .

덕분에 팔자에 없던 행정학 공부도 해보고

소금물의 농도도 구하고.. (진짜 영원한 내 인생의 복병 소금물..; 서른 살에도 소금물 구하고 앉아있을 줄 몰랐어요;)

거속시, 확률, 경우의수, 순열, 조합.. 수능과 함께 피안으로 사라졌던 각종 공식/기호 강령술하느라 존니 힘들었긔…; nPr 이딴거.. 기억나세요?;; n+r-1Cr 이딴거.. nHr 이딴거… ㅠㅠ 근데 취준에 돈 쓰기 싫어가지고(돈 벌려고 이지랄 떠는데 돈 써야 한다는 게 납득할 수 없긔;) 절대 인강 안 끊고 유튜브로 정승제가 짤막하게 올려둔 기본 풀이만 존나 돌려봄 영원한 나의 생선님 정승제… 참 좋은 생선..

근데????? 정작 시험 땐 시간 없어서 수리 10문제 다 찍음

과목 별로 무조건 4개 이상 맞아야 과락 안 뜨는데 수리 땜에 안 되겠다.. . 하고 터덜터덜 시험장을 나와 집에서 바느질 줄창 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나서 필합하다..

근데 애초에 사지선다라 뭘 찍어도 맞을 확률 25%

나쁘지 않죠?

행학 몇 점 맞았는지 궁금한데 합격자는 점수 공개 안 해 주더이다..

문화예술학이라는 정체모를 과목도 쳤는데

내가 외운 것: 사물놀이에는 장구, 꽹과리, 소고, 징이 쓰인다 ^ㅁ^

문제: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개념을 제대로 해석한 것을 고르시오.

ㅇㅈㄹ..;

추석 즈음부터 백면서생 생활 시작해 한 달 정도 공부했는데

법/의료 등 전문직 되는 시험도 아니고

실제 업무엔 하등 쓸다리 없는 소금물 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게 정말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일인 것 같다…..

이런 시험은 준비기간 딱 한 달이 마지노선인듯.. 공부 한다는 스트레스보다 부조리 견디는 데 쓰이는 에너지가 너무 큰 것 같음…. 허울뿐인 공부를 하는 자신을 견디기가 힘들어서…… 차라리 천자문 외우는 게 낫지.. 하여튼 시험 전날밤엔 ‘이제 그만… 더이상은 못 해… 이 이상은 불가능해…’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합격 뜬 날마다 욜탱 가서 축배를 들었음. 최합 뜬 거 보고 욜탱가서 찬미 손만두에 맥주 두 병, 글렌피딕에 슈톨렌, 엠피플 가서 데낄라에 맥주 두 병 마시고 노래방 가서 새벽 세 시까지 노랐따… 이선영여사 날 낳으시고 성아머니 완버지 날 키우셨네

거의 5년만에 증명사진 찍고(요즘은 9장 밖에 안 주더라..)

건강검진 받고

서류제출하러 회사 갔다가

예전에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눔

하나도 변한 게 없어보이는 회사… 오히려 더 퇴보한 것 같은 조직문화… 이곳에 또한번 내발로 벅뚜벅뚜 걸어들어왔다니… 잠시 3년 전 시발시발거렸던 기억들을 아스라이 떠올려 봄…. …나 어떡하죠;

뱃대지가 부르면 언제 또 관둘지 모른다..

근데 지금 뱃대지가 너무 헝그리라 부르기까지 시간 좀 걸림

오랜만에 옷 좀 사러 대전역 앞 구제집들 싹 돌았긔

한 벌에 2만원 이상되는 금액이 달려있는 집은 취급 안 해요;

오직 이런 곳만 감

영원히 천원 가판대 앞에 수퍼이끌림

가게 안에 한국인 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야 함

나도 호주 생활할 때 오프샵 애지간히 돌아댕겼는데

외노자들의 영원한 안식처.. 채러티샵…

내 최애 가게 아트시네마 1층에 있는 헌옷 가게… 할배할매들이랑 나란히 서서 한 벌 한 벌 다 체크해야 함.

열심히 옷 고르고 있는데

웬 할배가 쓱 들어와서 주인 아짐한테 전단지 주더니

“우리나라가 815에 광복됐죠?” 하고 운을 뗌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서두이기에 옷 고르는 척 슬금슬금 가까이 가서 청중이 되어봄

“유엔 총회에서 우리나라 독립을 승인해줬기 땜에 독립이 된 거 잔아요. 근데 거기에 쏘오련이 왔으면 반대를 했을거라고. 광복을 못 했을 거라고.”

여기까진 그저그런 천편일률적 태극기 할배였는데

“근데 그날 폭우가 쏟아져서 쏘오련이 못왔어. 비가 엄청 퍼부어서 비행가기 못 떴다구. 이건 당연히 하느님이 행하신 기적이지 않겠어요? 예수 믿으세요.”

이러고 마이크를 드랍하고 쿨하게 퇴장…;

예수 믿는 이유도 참 가지가지.. ….

소련 폭우불참썰(당연히 가짜뉴스입니다…) 때문에 예수 믿는 사람은 또 처음봐서 신박했다.. .

스누피 맨투맨 너무 귀엽고 기모인데 오천원에 겟 ㅋ 이맛에 헌옷챌 하지요? 누가 입다 버린 헌옷이 이렇게 많은데 새옷을 살 필요가 X

엄마가 원플원 아이라이너 사서 나도 하나 가져왔는데

불량연애 보면서 갸루 연습해보려 칠했더니

그냥 푸바오 됨 시발..;

너무 당당하게 “바스키아보다 (내가) 낫지않아?” 라는 그녀…; 그저 졸전을 치렀을 뿐인데…

태도는 확실하게.

자신감 하늘 향해.

뻔뻔 당당하게.

소싯적 투애니원 형님들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계신가보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만들어댄 지갑.. 거의 24시간 소요됨;

당연히 바스키아보다 비싼 가격 받아야겠지.


Comments

“하느님이 보우하사.. 취준 끝”에 대한 4개 응답

  1. 부드러운 무조림 아바타
    부드러운 무조림

    당연히 바스키아보다>.<

    1. 한 300만원에 팔려고요!!

  2. 쫀득한 두바이쫀득쿠키 아바타
    쫀득한 두바이쫀득쿠키

    취뽀 축하합니달라~*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이 이어지길요

    1. ㅋㅋㅋㅋㅋ고맙습니다 두쫀쿠 님^^ 지금은 두쫀쿠 10 개 사먹으면 월급 다 털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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